월스트리트
협잡꾼·사이코패스·변태성욕자… 헐리웃이 묘사한 월가 금융인 창작자와 자본가 사이 갈등의 표출
이윤만이 목적인 자본의 본질 흥행으로 투자금만 불려준다면 안티 영화라도 유쾌하게 관람할…
발렌티노와 아르마니, 베르사체 정장을 입은 ‘소시오패스’가 음울한 미소를 짓는 곳( ‘아메리칸 싸이코’), 최소 1분에 3회씩 욕설( ‘f-word’)을 내뱉으며 마약과 창녀를 위안으로 삼는 이들의 집결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과연 어디일까?
세상에 대한 복수를 위해 악한이 무자비한 첫 공격 대상을 삼은 고담시의 한 곳( ‘다크 나이트 라이즈’), 러시아가 미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테러의 첫 타깃으로 삼은 세계경제의 심장부( ‘잭 라이언’)라고 하면 알기 쉬울까?
우람한 황소동상(charging bull)이 자본주의의 영원한 번영을 상징하는 곳, 바로 세계경제의 ‘메카’이자 뉴욕의 금융가를 뜻하는 ‘월스트리트’다. 정확히 말하자면, 할리우드 영화 속에 재현된 월스트리트의 이미지다.
월스트리트만큼 꿈과 절망, 천국과 지옥, 선망과 저주가 극적으로 교차하는 곳이 있을까? 몇 년간 지속적인 경제침체와 ‘1% vs 99%’로 상징되는 날선 계급 갈등, 핵폭탄 위력의 파산과 주가폭락으로 월스트리트는 독설과 비난, 저주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이며 특히 할리우드 영화는 뉴욕 금융가에 드리워진 음울하고 황폐화된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집요할 정도로 파고들어 왔다. 그중에서도 월스트리트의 파렴치함은 거장 감독들이 좋아하는 요릿감 중의 하나였다. 그들이 묘사한 월스트리트의 금융인들은 사기꾼이며, 협잡꾼이고, 도덕불감증의 사이코패스이며, 섹스와 마약에 탐닉하는 ‘변태성욕자’들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일찍이 1987년에 내놓은 ‘월스트리트’에서 금융가의 큰손이자 입지전적인 브로커인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 분)는 애송이 증권맨(찰리 쉰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1%의 최상류층이 이 나라(미국)의 재산 절반, 5조 달러를 소유하고 있네. 그중 3분의 1은 고된 노동으로부터 나오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유산, 미망인 및 멍청한 상속자들에게 쌓이는 ‘이자 낳는 이자들’, 그리고 내가 하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부터 비롯된다네. 엿같은 일이지. 그 결과 미국민의 90%는 무일푼이 되는 거야. 나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소유하네. 우리야말로 룰을 만드는 게임의 지배자일세. 뉴스, 전쟁, 평화, 여자, 봉기, 가격, 모든 게 우리 손안에 있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억만장자 주식브로커인 조던 벨포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는 영화 초반부에서 마약을 들이키며 “내가 하루 동안 들이키는 이 약의 값으로 매일 한 도시의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다”며 “중독되는 것 중 최고는 바로 돈이지. 교회와 지지 정당을 살리는 것도, 멸종 위기의 올빼미를 구하는 것도 모두 돈”이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그도 월스트리트의 ‘신참’ 시절, ‘사수’로부터 고든 게코와 똑같은 맥락의 조언을 듣는다.
“우리는 무엇을 만들거나 짓지 않네. 우리는 파는 것은 허상이고, 우리가 하는 일은 ‘푸가지’네. 사기지. 이 바닥에서 성공 비결이 뭔지 아나? 너의 돈벌이에 집중하는 것이야. 고객 돈을 내 호주머니로 옮겨 오는 거지. 주가는 아무도 몰라. 워런 버핏조차도 말이야. 우리는 단지 고객의 수익을 실현시키지 않으면 되네. 끊임없이 재투자를 권하는 거지.”
고객들에게 허상을 팔아 실현되지 않는 숫자놀음에 끊임없이 집착하도록 일, 월스트리트의 입지전적 인물들은 다양한 방식의 수법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의 후속 편인 ‘머니 네버 슬립’에서는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공매도’를 통한 작전을 보여주는데, 거짓 소문을 퍼뜨려 주가를 움직인 뒤 거대 수익을 얻는 것이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선 주인공이 펌프 앤 덤프라는 증권 사기로 거액을 버는데, 역시 어떤 회사의 주식 가격을 허위 정보를 통해 부풀린 뒤 매수세가 유입되면 가격을 올린 뒤 되파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듯 할리우드는 월스트리트에 비난과 독설, 조롱과 비아냥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법학교수 래리 립스테인은 논문 ‘이매징 월스트리트’에서 “영화창작자와 영화투자자(자본가) 사이의 뿌리 깊은 긴장을 반영한다”고 했다. 예술적 성공을 원하는 영화감독과 상업적 흥행을 도모하는 자본가 사이의 갈등이 표현된 결과라는 것이다.
‘꿈의 공장’이자 ‘이윤추구 산업’으로서 할리우드의 이중적 속성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꿈의 공장’으로서 할리우드는 “개인의 자유라는 미국의 이상”을 생산품으로 하지만, 이윤추구 산업으로서는 “개인이 아닌 기업의 이해”를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리우드 영화는 자본주의 기업이라는 ‘골리앗’을 악으로 묘사하며 ‘다윗’으로서의 개인의 싸움을 영웅적이거나 희생적으로 그려낸다는 요지다. 그러나 ‘자본’은 본질적으로 정치나 도덕과는 상관없이 ‘이윤’을 목표로 하며, 돈을 많이 벌어다주는 할리우드의 ‘반월스트리트’ 영화를 지금까지 그래왔듯 즐겁게 지켜볼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인들은 자신들을 사기꾼에 모리배, 변태성욕자들로 묘사한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한 치 거리낌없이 유쾌하게 볼 것이라는 한 미국 언론의 평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