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1시 30분. 하교 시간에 맞추려면 그때까지 학교 앞에 도착해야 한다. 왠지 회사에서 나온 시간이 여유 있는 듯해 버스를 탄다. 그런데 아뿔싸! 터널에서 차가 막힌다. 예상치 못 한 사태에 마음이 초조해진다. 5분, 10분. 시간이 지나도 버스가 옴짝달싹하지 움직이지 않는다. 지하철을 탈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제 마지막 수단이다. 미안하지만 한두 번 본 것이 전부인 아이 친구의 부모님께 부탁 문자를 보낼 수밖에. 그런데 바로 그때, 다행히 버스가 갑자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안도의 한숨. 이제 달리고 달려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도착하는 일만 남았다.
이는 필자가 최근에 겪었던 경험을 조금 각색한 일화이다. 비록 상황이나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일하는 부모라면 이처럼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험 하나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중 육아휴직제도는 이러한 정책 중에서 아마도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표적인 정책일 것이다. 1988년에 도입한 이래 육아휴직제도는 지속적으로 확대를 거듭해 왔으며 육아 휴직자는 꾸준히 증가해 통계청 기준 2021년에는 17만 3631명으로 확인된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이 육아휴직 제도의 큰 폭의 개편에 관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언론을 통해서 들어본 육아휴직 급여 대폭 상향, 육아휴직 의무제 등 여러 초기 정책적 아이디어는 이러한 절박함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큰 폭의 제도 개편은 충분히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육아휴직제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경험적으로 이 같은 개편만으로는 아직은 충분하지 못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전히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여성의 4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육아 휴직자 중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가 60%를 넘는 반면, 4인 이하 기업 근로자는 5%도 채 되지 못한다. 산업별 육아 휴직자 수 역시 수 배의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영역별 차이는 제도 개편만으로는 쉽게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즉, 일하는 부모의 상황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근로자의 상황적 차이를 반영한 개별화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직장 내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촉진하기 위해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고, 산업·규모·직종별로 육아휴직제도의 활용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러한 섬세한 맞춤형 방식이야말로 육아휴직제도의 정책적 실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는 이전 세대가 만들어 내고 고도화시킨 육아휴직 체제하에서 아이를 키우며 일하고 있다. 이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과거 방식과 달리 개별화된 맞춤형 지원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심장이 쫄깃해지는 초조한 경험을 덜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조금 더 자녀와 행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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