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차입금 비중 17.1%로 큰 폭 증가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악화되면서, 지난해 영업 이익으로 이자 내기도 벅찬 한계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업대출이 사상 최대로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마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 부실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을 하회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15.5%로 드러났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다. 한 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이 금융비용보다 적어 1을 밑도는 상태가 3년 간 지속된 기업을 한계 기업으로 분류한다.
한은이 외감기업 2만5135개(대기업 5061개, 중소기업 2만74개)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한계기업 비중은 2021년 14.9%에서 지난해 15.5%로 올라갔다. 특히 한계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같은 기간 14.7%에서 17.1%로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한계기업이 장기간 정상화되지 못하고 존속할 경우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자금공급이 위축돼 신용배분의 효율성이 낮아진다”면서 “대내외 충격 발생 시 장기 존속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증가하면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7년 이상 이자비용도 못 번 기업 903곳, 모두 50조 빌려= 이자보상배율이 1을 하회하는 기간이 3년 미만이면 취약기업으로, 3년 연속 이어지면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5년 이상 연속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곳으로 7년 이상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었던 곳을 의미한다.
한은은 이 같은 장기존속 한계기업이 903곳으로 이들이 금융기관서 빌린 돈의 규모가 50조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한계기업 차입금(168조7000억원) 가운데 30% 규모다. 또 장기존속 한계기업의 1년 후 부도 상태(폐업, 자본잠식 등)로 전환될 확률을 의미하는 ‘부실위험’은 5.67%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자산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중견기업과 부동산(6.1%), 운수(6.8%,항공·해운 포함), 사업지원 서비스업(19.6%)에서 장기존속 한계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다만 연도별로 살펴보면, 장기존속 한계기업의 기업수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6%에서 2022년 3.6%로 소폭 하락했다.
▶장기존속 한계기업, 자산 절반이 ‘빌린 돈’=지난해 장기존속 한계기업의 평균 자산은 일반기업(非한계기업)의 0.67배, 매출은 0.4배에 그쳤다. 그러나 부채는 1.23배로 많았고, 차입금은 1.47배, 이자비용은 2.32배가 더 컸다. 채무상환능력이 낮다보니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차입금의존도는 50%에 달했다. 자산의 절반이 빌린 돈이란 얘기다.
한은은 “장기존속 한계기업의 수익성(매출액영업이익률)은 -3.8%, 유동성(유동비율)은 62.7%, 안정성(부채비율)은 686.5%에 달하고, 상환능력(이자보상배율) 역시 -0.7% 수준으로 주요 재무비율이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자산규모 및 업종에 따라 현금흐름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중견 및 대기업은 영업손실을 차입을 확대하면서 보전한 반면, 중소기업(자산 1000억원 미만)은 보유 자산 매각으로 대응했다. 또 자산1조원 이상 대기업은 장기존속 한계기업임에도 대규모 차입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업종별로도 같은 장기존속 한계기업이라 하더라도 부동산업은 영업현금흐름 수지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 수준에서 차입을 통해 투자활동을 이어나갔지만, 운수 및 사업지원서비스업은 차입금 축소를 통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 걸 우선시 했다.
한은은 이에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영업손실 보전을 위해 차입금을 늘리며 이자상환 부담이 증가하면서 유동성이나 상환능력,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산규모나 산업에 따라 건전성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면서 “부실기업 구조조정 및 취약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 시 개별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자산규모, 산업 특성을 함께 검토해 회생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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