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대미 투자 걸림돌 제거
중국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 상원 위원회가 대만기업의 대미 투자의 걸림돌로 여겨졌던 ‘이중 과세’ 문제를 해결할 법안을 14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반도체 강국인 대만의 대미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법안 통과로 최근 기술전쟁 가열로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미중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만 기업들이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3분의 2로 인하하는 법안이 미 상원 재무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전했다.
법안에는 대만 기업들의 원천소득 및 이자, 로열티에 부과돼 온 30%의 세율을 10%로 조정하고, 배당금을 미국에서 본국으로 송금할 때 적용하는 세율도 15%에서 10%로 낮추는 방안이 포함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법안으로 수년간 미국과 대만의 사업관계를 경색시켜 온 이중과세 문제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소속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미국에 대한 투자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 대만 간 이중과세 문제를 완화하는 것은 중요한 단계”라면서 “이중과세 때문에 미국에 투자를 하지 않거나,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대만 기업들은 미국 사업을 전개하면서 미국과 대만 양국에 각각 세금을 납부해왔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과 모두 조세 조약을 맺고 있지만, 중국이 자국 영토로 여기는 대만과는 별도의 조약도 맺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 등을 앞세워 외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장려하고 나서면서 이중과제 문제는 곧장 미·대만 간의 주요 현안을 부상했다. 대만 기업들도 미국 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이중과세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TSMC에 반도체용 화학 약품을 공급하는 대만 LCY케미컬의 보웨이 리 회장은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중과세가 대만 기업 투자의 큰 걸림돌”이라며 “캐나다, 독일은 대만과 이중 과세 조약을 체결했지만 미국은 이에 대한 진전이 느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TSMC 역시 지난해 양국의 조세 조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국 내 투자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NYT는 법안은 이르면 연내에 상하원을 거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 발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찍이 대만과의 이중 과세 폐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중국은 의회의 대만기업 이중과세 폐지 추진을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법안은 사실상 대만과 미국 간의 조세 조약을 맺는 것과 같고, 이는 곧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류펑위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은 대만이 어떤 나라와도 주권적 의미 혹은 공식적인 경제 및 무역협정을 맺는 것을 늘 반대해왔다”면서 “미국은 대만과 공식 협정을 맺어서는 안되고,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에게 무역·경제적 상호작용을 명분으로 잘못된 신호를 보내서도 안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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