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업체가 못 받은 돈 515조원

부동산 수요 위축에 현물 상환도 불가능

중국 텐진시의 비구이위안 주택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걸어 나오고 있다. [로이터]
중국 텐진시의 비구이위안 주택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걸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헝다(Evergrande) 그룹에 이어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비구이위안(碧桂園·Contry garden)마저 채무 불이행 위기에 빠지자 중국 건설 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수백조원 규모의 돈을 받지 못한 건설 자재 공급 업체와 부동산 중개 업체들이 생존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리서치 업체 가베칼 리서치는 중국 건설 공급업체들이 지급을 받지 못한 대금이 3900억달러(51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보수적인 추정치이며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가베칼 리서치는 설명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달러 채권2종의 이자 2250만달러(300억원)을 지불하지 못했고 14일부터는 157억위안(3조2000억원) 규모의 채권 11종의 거래가 중단됐다.

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한 비구이위안은 39억위안(7094억원) 규모의 사모 채권을 2026년까지 3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지난 25일로 예정됐던 기한 연장 투표가 몇시간을 앞두고 31일로 미뤄졌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초까지 이자를 지불하지 못할 경우 채무 불이행 기업 명단에 오른다.

비구이위안은 올해 상반기 순손실이 최대 550억 위안(10조4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비구이위안은 중단된 아파트 공사를 재개하기 위한 자금 확보차원에서 광저우 아시아 올림픽 시설 지분 26.7%을 중하이 그룹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섰다.

2021년 헝다 그룹에 이어 비구이위안의 채무 불이행 사태로 중국 내 건설 현장이 멈춰 서고 개발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건설 자재 공급 업체들은 자금난에 몰리고 있다.

건설 현장에 사용되는 울타리와 광고판을 만드는 업체를 운영하는 란밍창 씨는 비구이위안으로부터 2만1000달러를 지급받지 못하면서 아들의 초등학교 학비를 밀리는 어려움에 몰렸다. 그는 최근 사업이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충칭에 가족을 남겨두고 정저우에서 관광객에게 간식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광둥성의 부동산 중개인인 류야오난 씨는 비구이위안이 밀린 수수료를 지급할 것이라는 확신을 버렸다. 그는 지난해 평소 수수료의 4분의 3밖에 받지 못했고 80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그는 “비구이위안의 불만 처리 핫라인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시스템은 주택 구매자를 먼저 보호하기 때문에 자재 딜러, 에이전트, 엔지니어는 대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NYT는 “아파트 도색업체, 시멘트 제조업체, 부동산 중개인 등은 개발사의 채무를 우선 변제 목록에서 낮은 순위에 있지만 주택 시장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대금과 임금을 받지 못한 업체와 건설 노동자들은 지역 당국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텅 빈 건설 현장에 “임금 체불은 부끄러운 일”과 같은 내용을 담은 항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하기도 한다.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대금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헝다 그룹의 장쑤성 영업소에 마케팅 및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했던 랴오홍메이 씨는 헝다 그룹에 69만달러를 받아내기 위해 수년 간 법적 소송을 벌여 승리했지만 아직까지 돈을 받지 못 했다. 그는 “소규모 공급 업체는 발언권이 없다”고 한탄했다.

NYT는 “헝다 그룹은 공급 업체에 현금 대신 미완성 아파트로 현물 상환했지만 이제는 그런 물량 조차 남아 있지 않다”면서 “어차피 지금은 아무도 아파트를 사려하지 않기 때문에 유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