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NㆍLㆍC’.
올해 패션업계를 요약할 수 있는 키워드다.
2014년은 경제 장기불황과 저성장 기조 속 유난히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이어진 한해였다. 침체된 사회 분위기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으며 패션업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8조원 시장을 형성하며 고성장 가도를 달리던 아웃도어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SPA 브랜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 박싱데이 등 해외 빅세일 위크에 맞춰 국경없는 소비 행태를 보이며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패션 유통업체들 또한 총성없는 전쟁을 치러야 했다.
삼성패션연구소와 한국패션협회가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2014년 국내 패션업계 3대 이슈를 정리했다.
▶N (Normcoreㆍ놈코어)=더이상 트렌드는 없다. 2014년 패션업계를 장악한 최고의 키워드는 ‘놈코어’였다.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트렌디한 것을 따르지 않는 트렌드”라는 모순적인 정의에서 시작됐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처럼 옷차림을 꾸미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좀 더 가치있는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세계적인 리더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실용적인 놈코어 스타일이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스마트폰을 통해 최신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접하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트렌드를 쫓아 다니지 않는다. 이들은 해외 빅세일 기간 중 옷을 직접 구매(직구)하거나, 직구한 물품을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되파는 등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똑똑한 소비를 하고 있다.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수십년 동안 ‘트렌드 마케팅’을 해 온 패션업계를 향해 “더 이상 트렌드는 없다”고 선언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화이트셔츠, 패턴없는 스웨트셔츠에 청바지, 블랙진 등 지극히 평범한 아이템들로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패션을 추구하며 놈코어를 주도하고 있다.
또 놈코어는 ‘응답하라 1994’ 등 대중문화 속 복고와 아날로그라는 이름의 1990년대 코드와 맞물리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삼성패션연구소 오수민 연구원은 “외환위기와 취업전쟁 등으로 치열했던 90년대 감성이 저성장 기조의 현 시대와 맞물리면서 청춘의 시기를 치열하게 살아온 30~40대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또는 Y세대)에게도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L(Lifestyle Shopㆍ라이프스타일숍)=더이상 매장간의 경계는 없다. 의류는 물론 패션잡화부터 생활소품, 주방용품, 문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한 데 모은 라이프스타일 편집 매장이 곳곳에서 생겨났다. 2000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분더숍’, 한섬의 ‘무이’를 시작으로 제일모직의 ‘10꼬르소꼬모’, ‘비이커’, LF의 ‘라움’ 등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콘셉트로 대기업이 주도했던 럭셔리 편집숍 비즈니스가 패션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것이다.
백화점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브랜드 간 칸막이를 없앴다. 올해 3월 갤러리아명품관 웨스트관이 업계 최초로 매장 구분 없는 개방형 구조로 리뉴얼을 단행했으며,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 8월 본점 7층을 아예 남성 전문관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의류 제품을 넘어 리빙 제품까지 한 공간에서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매장들도 잇달아 문을 열었다. 일본의 ‘무인양품(MUJI)’, 스웨덴의 ‘이케아(IKEA)’에 대항하는 한국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이랜드의 ‘모던하우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JAJU)’ 등이 세를 확장했다.
국내 진출한 해외 SPA 브랜드도 생활밀착형 편집숍으로 진화했다.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는 코엑스몰에 ‘자라홈’을 런칭했고, 스웨덴 기업 H&M은 롯데월드몰에 H&M홈이라는 이름으로 리빙 아이템들을 모아놓은 공간을 만들었다.
한국패션협회는 “기존 유통채널들이 부진한 매출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으로써 라이프스타일편집숍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쇼핑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Collaborationㆍ협업)=더 이상 업종간 경계는 없다. 2014년은 브랜드와 디자이너간, 패션업계와 타 업종간 콜라보레이션이 그 어느때보다도 활발한 한해였다. SPA 브랜드의 강자인 H&M이 콜라보레이션 10주년을 맞아 알렉산더 왕과 함께 협업한 한정판 컬렉션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솔드아웃됐다.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2009년 디자이너 질 샌더와 협업해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플러스제이(+J)’ 라인을 다시 내놨다. 또 제일모직은 YG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한 캐주얼패션 브랜드 ‘노나곤’을 런칭하면서 K팝과 K패션의 결합을 통한 K컬처 시대의 새로운 서막을 알렸다.
개인 디자이너들의 콜라보레이션도 돋보였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휴대폰, PC, 다이어리, 아파트, 도자기, 가구 등 각 산업분야와의 디자인 콜라보레이션부터 사진작가, 화가 등과의 아트 콜라보레이션까지 그 영역을 무한대로 넓혔다. 디자이너 박승건이 이끄는 ‘푸시버튼’은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와 콜레보레이션을 통해 K뷰티 영역에서 패션의 역할을 제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영캐주얼 ‘럭키슈에뜨’도 코스메틱 브랜드 ‘조성아22’와 함께 패션ㆍ뷰티 콜라보레이션 대열에 동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