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구글이 각국 정부로부터 받는 정보 삭제 요청의 구체적 사유와 사례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CNN머니에 따르면 구글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3년 6월부터 12월까지 전 세계 정부로부터 받은 정보 삭제 요구 내용과 그에 대한 사측의 대처 결과를 나눠 공개했다.

구글은 2009년부터 매년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정보 삭제 요구 규모와 대략적 사유에 대해 밝혀왔으나, 국가별로 구체적인 사유를 적시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각국 정부의 검색 결과 삭제 요청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에 3105건으로 상반기(3846건)에 비해 감소했지만, 러시아, 태국, 이탈리아에서 두드러지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는 삭제 요청 건수가 상반기보다 무려 2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 가운데 구글이 공개한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러시아 통신ㆍ인터넷 검열 당국은 ‘갓 초콜릿’(got chocolate?)이란 문구가 들어가있는 한 블로그 게시글을 삭제해달라고 구글에 요청한 적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게시글이 러시아 연방 아동보호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으며, 러시아어로 초콜릿이 오락용 마약을 의미할 수 있다는 점이 받아들여져 삭제 처리했다고 구글은 밝혔다.

또 러시아 정부는 동영상 웹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자살 다큐멘터리와 불교 승려가 분신하는 모습을 재연한 영상에 대해서도 삭제를 요청했다. 이것이 자살을 조장하고 자살 방법을 자세히 묘사해 어린이들이 따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구글은 이에 러시아에서 이 영상들을 볼 수 없게 조치했다.

러시아 내무부가 나서 플레이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앱 삭제를 요청한 일도 있다. 연방 차원에서 극단적 종교 매체로 지정한 이슬람 기도서에 기반해 제작된 앱 8개가 문제가 됐다. 현재 이 앱들은 러시아에서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러시아와 함께 삭제 요청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된 태국은 왕실 모독을 주로 문제 삼았다.

태국 정부는 왕실 가족들을 모욕한 것으로 보이는 유튜브 영상 298개에 대해 전 세계에서 검색 결과를 통해 볼 수 없도록 삭제해달라고 했으나, 구글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삭제는 불가하다면서 거절했다. 태국 의회 위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기사에 대해서도 공익성을 들어 삭제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각국 정부가 구글에 제기한 삭제 요청 사유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명예훼손’으로 38%였다. 음란물에 대한 삭제 요청은 전체의 16%였으며, 프라이버시나 보안 문제도 11%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