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더 이상 전세를 찾는 수요자는 없을 것입니다. 2년여 전만해도 전세 물량이 없어 야단이었는데 지금은 전세가 있어도 거래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반 주택은 물론 아파트를 구하는 사람도 전세보다는 월세를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대구 달서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모씨는 최근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 이슈가 된 뒤로는 간간히 있어왔던 전세 거래는 부동산 시장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며 최근의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전세금이 매매 가격과 차이가 없는 깡통전세도 전세를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 같은 부동산 시장의 혼란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전세 사기 문제가 전국으로 확산, 대구·경북 등 지방도 안전지대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서 제출받은 ‘2023년 2월 기준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보증가입 물건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지방에서는 경북이 18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남 179건, 경남·전북 42건, 충남 39건, 대구 35건, 강원 17건, 부산 14건, 대전 10건, 충북 6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서울 4278건, 인천 3949건, 경기2848건 등이다.

HUG는 대위변제 3건 이상 채무자, 최근 1년간 임의상환 이력 없고 미회수 채권 2억 이상인 채무자를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악성 임대인은 세입자(임차인)가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통계에 잡혀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최근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건축왕’ 남모씨의 경우 직접 소유한 아파트·오피스텔이 170여 채로 알려졌지만 HUG 보증 내용상 보유한 물건은 3건(6억1800만 원)으로 1.7%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구에서는 최근 한 빌라의 세입자들이 건물주가 건물을 담보로 금융권에 수십억원을 대출, 이를 변제하지 않아 명도소송에 휘말려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이는가 하면 지난달 초에는 ‘갭투자’로 빌라 6채를 매수한 뒤 임차인들로부터 54억여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이른바 ‘대구판 빌라왕’이 구속되는 등 피해자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도는 이 같은 피해 방지 차원에서 공인중개사협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 발견 시 경찰 등과 협조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시·군, 공인중개사협회와 함께 합동점검반을 꾸려 오는 31일까지 일정으로 포항, 경주, 안동, 구미, 경산, 예천 등 전세가율이 높은 6개 지역의 공인중개사를 집중 점검 중이다.

앞서 정부도 지난달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논란이 많다. 즉 예방은 없고 수습만 있다는 지적이다. 세입자가 원하는 건 예방 장치다.

이른바 ‘대출 먹튀’는 여전히 대처 방법이 없다. 세입자는 계약일에 계약금(10%)을 낸 후 실제 이삿날 잔금(90%)을 치를 때까지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도 알길이 없다. 전세보증보험도 효력이 전입신고일 다음날 0시부터 생겨 그 사이 근저당·압류 등이 진행되거나 집주인이 바뀌면 보증금을 온전히 보호받지 못한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전세 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제정안을 두고 피해자 범위와 구제 방식 등을 놓고 평행선을 긋고있다. 전세 사기가 사회적 재난 수준의 전국적인 문제라고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들을 신속히 구제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에 여야가 적극 나서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전세 사기 피해로 선량한 서민들이 더 이상 목숨을 잃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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