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든 자치구 아파트 매물 석달새 증가
강남구 매물 4538건서 5827건으로 늘어
“정상화 과정”, “급매 빠져 물건 쌓이는 것”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매물이 늘었다고 해도, 이제 급매 가격 물건 찾기는 힘들어요. 집주인들은 호가를 조금 높여도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며 물건을 내놓는 거죠.”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꿈틀대자 호가를 올려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도 늘어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하반기의 극심한 거래 절벽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여전히 매도 희망자들이 많아 시장에 풀리는 매물이 증가하고 있단 분석이다. 다만 여전히 매수자 우위인 시장에서, 급매물이 빠지며 눈높이가 맞지 않아 매물이 적체되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아파트 매물(전월세 매물 제외)은 3개월 전과 비교해 일제히 늘었다. 특히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석달새 4538건에서 5827건으로 늘어, 28.4%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모든 자치구 중 가장 많이 쌓인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단지가 많은 송파구 또한 부동산 시장에 나온 매물이 4165건에서 4685건으로 500여건 증가했다. 강동구 아파트 매물은 2793건에서 3485건, 서초구 아파트 매물도 3699건에서 4571건으로 각각 늘었다. 광진구 매물도 1117건에서 1484건으로 늘어 증가율은 가장 높았다.
강남 재건축 최대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 1월 말 기준 매물이 110건이었는데 이달 기준 257건이 쌓여있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동산에 나온 매물이 늘었다고 해도 이제 급매 수준은 찾기 힘들다”며 “집주인 입장에선 호가를 조금 높여도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며 가격을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마아파트 전용 102㎡가 21억원 초반에 거래됐는데, 현재 ‘올수리’ 매물의 호가는 22억원을 넘어선다. 전용 112㎡의 경우 최근 24억3000만원까지 실거래 가격이 올랐는데, 현재 동일 면적에 올수리된 물건이 25억원 이상에 호가를 부르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 절벽이 해소되며 집을 내놓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0월 559건까지 떨어진 이후 점차 올라 올해 1월 1418건으로 1000건대를 회복했다. 이어 2월 2457건, 3월 2979건에 이어 4월은 19일 기준 3000건을 넘어섰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최종 거래량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조금씩 거래도 되고 매수심리도 회복되다 보니 집 내놓는 이들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작년에는 서울 월별 거래량이 800건 정도밖에 안 됐을 때도 있었는데, 정상화돼가는 과정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주요 재건축 단지 내 매물과 관련해선 “재건축 사업이 금방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기대되더라도 매도가 급한 이들이 분명히 있다”며 “사업 지연 이슈나 상가 문제 등으로 중간에 매도하는 이들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했다.
급매물이 소진되며 가격 눈높이가 달라 매물이 적체되고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최근 강남권 거래 현장은 또다시 소강상태로 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며 “급매물이 넘쳐도 거래가 안 된 지난해와 달리, 지금은 진짜 급매물은 사라지고 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어, 거래가 안 돼 매물이 쌓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