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체 7곳 가격 담합 의혹 수사 중

과징금 부과 시 회계 처리 방식에 촉각

3분기 적자전환 앞두고 실적 악화 우려

과징금 규모 관심…리니언시 활용 관측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석유화학단지 모습. [연합]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석유화학단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대규모 담합 수사에 따른 과징금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과징금 규모에 따라 실적과 재무 부담이 상당할 수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은 최근 검찰의 담합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향후 부과될 수 있는 과징금 규모와 회계 처리 방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징금은 그 성격과 영업활동과의 관련성 등에 따라 회계상 비용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과징금이 부과돼 영업비용으로 반영될 경우, 이미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손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국내 7개 화학 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데 이어 핵심 피의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이들 업체는 폴리염화비닐(PVC)과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8개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중동전쟁으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한 틈을 타 수조원 규모의 부당이익을 챙겼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담합 기간을 2021년까지 확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산정되는 관련 매출액과 제재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4월 24일 오전 서울 도심 내 한 상점에 비닐봉지를 비롯한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임세준 기자
4월 24일 오전 서울 도심 내 한 상점에 비닐봉지를 비롯한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임세준 기자

업계에서는 현재의 실적 상황에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경우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석화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올해 들어서도 업황 회복이 제한적인 가운데 주요 업체들은 사업 구조조정과 투자 축소, 자산 유동화 등을 추진하며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도 업황 개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석화업계는 중동 전쟁 영향으로 저가 원료에 따른 래깅 효과, 제품가 상승 수혜를 보며 2분기 ‘반짝 흑자’를 누린 바 있지만, 3분기에는 중동발 영향이 약해지고 수익성이 다시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고객사들이 중동 분쟁 여파로 미리 재고를 확보하며 당장 추가 수요가 크지 않은 분위기로 전해진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약 1865억원으로 전분기(5996억원) 대비 급감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영업손실 약 1425억원으로 2분기(영업이익 1101억원)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8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 석유화학단지 모습. 서산=임세준 기자
5월 8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 석유화학단지 모습. 서산=임세준 기자

여기에 과징금이 현실화할 경우 실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과징금은 납부가 확정되는 시점에 비용으로 인식되는 만큼 규모가 클수록 해당 기간 손익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올해 담합 제재를 받은 제지 업종에서도 업황 부진과 대규모 과징금이 겹치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 악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한 회사 관계자는 “지금도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인데 과징금까지 현실화하면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과징금 규모가 어느 정도로 결정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징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업체들의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활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할 경우 과징금 감면을 받을 수 있어, 업체들의 신고 및 조사 협조 여부에 따라 최종 제재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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