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 “홀트아동복지회, 1억 배상하라” 첫 판결

국가 책임은 인정 안 돼…“항소 통해 다툴 수 있도록 할 것”

향후 비슷한 소송 줄 이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입양인 신송혁(아담 크랩서)씨의 법률대리인 김수정 변호사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법 입양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송혁씨는 40년 전 미국으로 입양됐다 학대 피해와 시민권을 얻지 못해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뒤 국가와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위법 입양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이날 1심 재판부는 홀트아동복지회에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연합]
입양인 신송혁(아담 크랩서)씨의 법률대리인 김수정 변호사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법 입양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송혁씨는 40년 전 미국으로 입양됐다 학대 피해와 시민권을 얻지 못해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뒤 국가와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위법 입양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이날 1심 재판부는 홀트아동복지회에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44년 전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시민권이 없어 추방된 한국인 남성에게 입양 기관이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해외로 입양된 아동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입양기관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다만 국가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박준민)는 1979년 미국에 입양됐던 신송혁(46·아담 크랩서)씨가 홀트아동복지회(홀트)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홀트는 신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신씨가 “홀트와 국가가 나를 미국으로 입양 보낸 뒤 시민권 취득 여부 확인 등 후견인으로서 보호의무를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실제 신씨는 3세 때 미국에 입양됐지만 양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다가 2차례 파양됐고, 노숙 생활에 내몰렸다.

이 과정에서 신씨는 미국 시민권을 제대로 신청하지 못했고, 2015년 영주권을 재발급받는 과정에서 청소년 시절 전과가 드러나 2016년 가족을 두고 한국으로 추방됐다.

1심 법원은 홀트의 책임을 인정하고, 신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홀트가)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후견인으로서 보호 의무와 국적취득 확인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적 취득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했더라면 신씨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해 강제 추방되는 결과가 초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가의 배상 요구에 대해선 “대한민국은 입양 아동의 권익과 복지를 증진해야 하는 일반적인 의무를 부담하지만 특정 당사자가 직접 권리침해를 주장할 사안으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가 고의 또는 과실로 홀트의 관리·감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신씨를 대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소속 김수정 변호사는 1심 결과에 대해 “홀트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불법 해외 입양을 주도하고 관리·용인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불법 해외입양에 따른 아동 인권침해의 고통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며 “신씨와 의논해 항소를 통해 다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신씨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 있는 자녀들과 가까이 있기 위해 멕시코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향후 신씨와 비슷한 소송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5~2015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사람은 11만 2000여명인데, 이중 2만여명의 시민권 취득 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도 이르면 6월 초, 국외 입양인 237명의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2차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