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700조·고용 160만명 유발 효과 기대
대규모 투자 국내유치...미래세대 위한 해법
韓, 미래 첨단 산업 글로벌 전진기지 도약
정부가 초대규모 신규 민간투자를 바탕으로 2042년까지 30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경기도에 조성하기로 한 데에는, 한국 총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쟁력 버팀목이자 경제안보 자산으로 한층 더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메가톤급 투자를 통해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 속에서 삼성 등이 초격차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에 역전할 기회를 잡으면서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치고 나갈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전쟁 최종 승리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된다.
15일 삼성은 용인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직간접 생산유발 700조원, 고용유발 160만명의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반도체에 대한 공급망 위기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은 자국으로 한국 기업의 반도체 공장을 적극 유치하고 있지만, 보조금 조건으로 ‘일방적 족쇄’를 채우는 동시에 중국 견제를 빌미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져 왔다.
이달 초 미국 정부는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해당 기업의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에 반납하고 반도체 핵심 공정에 대한 접근 허용 등을 요구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가로 막기 위해, 중국 본토 내 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 국내 칩 기업들의 기술 고도화를 제한하고, 보조금 수혜 기업의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설비 증설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거론하고 있다. 중국에서 첨단 메모리 칩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의 심각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칩 경쟁의 최전선으로 평가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필요하단 지적이 지속 제기됐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의 TSMC에 비해 삼성의 파운드리 설비는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설비 관점에서 기존 평택, 미국의 오스틴, 건설중인 미국 테일러 신공장까지 감안해도 TSMC의 생산 규모에는 역부족이다. 인공지능(AI)·차량 등 관련 시스템 반도체 확대에 따라 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는 가운데, 용인 클러스터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바탕으로 TSMC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5나노 이하 첨단 파운드리 양산은 전세계에서 삼성과 TSMC만 가능하다. 업계에선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약 60%를 점유한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삼성이 줄이기 위해서라도 생산 설비의 확충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메모리 1등’에 이어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전 밸류체인’에서 세계를 리드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를 본격화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바탕으로 삼성은 메모리,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소부장 등 반도체 전 분야의 밸류체인을 잇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의 중심 기업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기존의 기흥·화성·평택에 이어 용인까지 연결하는 삼성의 입장에선 메모리뿐만 아니라 팹리스·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삼각편대’를 형성해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서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새롭게 만들어질 용인 클러스터를 기존 거점들과 통합 운영하여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며 “나아가 한국의 미래 첨단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글로벌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청사진의 최종 완성을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2019년 정부는 경기도 용인에 121조8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으나,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클러스터 부지 조성만 했을 뿐 아직 SK하이닉스의 실제 공장 착공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주변 지자체의 반대로 환경영향평가, 토지 보상 등이 예정보다 심각하게 지연되면서다. 2025년에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 등 해외의 경우 반도체 공장 착공 계획을 발표한 지 3~6개월이 지나면 공장 착공에 착수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로 삼성의 미국 테일러 공장은 2021년 11월 착공 계획을 발표했는데, 지난해 상반기 착공을 시작해 올해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가 삼성 등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이유는 공장을 본토에 짓게 되면 고용 증대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용인에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것은 국내 경제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국가 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와 관련 지자체가 해외와 같이 공장이 조속히 건설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지원하는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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