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가서 너도나도 사왔는데” 유명 감기약, 알고 보니
[파브론골드A 직구 사이트 캡쳐]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일본여행 가면 필수 쇼핑목록!”

일본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쇼핑리스트에 약이 있다. 일본 약이 효과가 좋다며 파스에서부터 상비약, 밴드 등 주요 관광지마다 약국에 쇼핑객들로 북적인다.

약 중에서도 또 빠지지 않는 게 바로 ‘파브론골드A’. 일본에선 ‘국민감기약’으로 불린다.

문제는 이 감기약이 국내에선 의사 처방 없이 구하면 안 되는 전문의약품이란 데에 있다. 여기엔 미세하지만 마약 성분인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이 들어 있다. 부작용 위험도 적지 않다.

일본에선 일반의약품인 탓에 쉽게 구매하지만 국내에선 의사 처방 없이 사거나 선물하는 것 자체가 모두 불법이다. 마치 쇼핑선물처럼 쉽게 생각했다간 처벌받을 수 있다.

“일본 여행가서 너도나도 사왔는데” 유명 감기약, 알고 보니
[헤럴드DB]

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파브론골드A가 국내에서도 상당수 유통 중이다. 유통 경로는 크게 개인여행 시 구매, 온라인을 통한 직구 등이다.

문제는 파브론골드A에 포함된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이다. 디히드로코데인은 환자의 기침을 억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아환자의 호흡을 멈추게 할 위험도 있다.

“일본 여행가서 너도나도 사왔는데” 유명 감기약, 알고 보니
네이버는 쇼핑 카테고리에서 파브론골드A가 검색되지 않도록 했다. [네이버쇼핑 화면 캡처]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세 미만 소아, 18세 미만의 비만, 폐색성 수면 무호흡증후군, 중증 폐질환 등 환자에 투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같은 성분이 포함된 삼아제약의 ‘코데날시럽’ 등도 국내에선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고, 네이버쇼핑 내에서도 파브론골드A 등 검색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네이버쇼핑에서 파브론골드A 검색 시 ‘온라인 의약품 판매는 불법으로 의약품명에 대한 검색결과를 제공하지 않으니 서비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을 포함한 감기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한 이유가 있다”며 “부작용 등을 고려해 의사 처방 지도를 받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가서 너도나도 사왔는데” 유명 감기약, 알고 보니
[해외 직구사이트 내용 캡처]

그럼에도 여전히 이 감기약이 마치 효과 좋은 감기약처럼 오인된 탓에 큰 고민 없이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 주의를 요한다. 일본여행객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해외 직구 사이트 등에서 ‘특가 세일’ 등으로 홍보하고 있다.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것도 불법이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파브론골드A처럼 약사법 위반으로 사이트 접속 차단 등이 이뤄진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 수입·판매 등은 모두 허가가 필요한 사항이고,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도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도 금지”라며 “개인이라도 유통 시 관련 조사 후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해외 직구 사이트의 경우) 전문의약품 판매 시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이트 차단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