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의뢰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의뢰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자신에게 제기된 ‘울산 토건비리 의혹’을 국가수사본부에 직접 수사의뢰했다. 의혹 반박 기자회견을 연 지 3일 만으로,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경쟁 당권주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그러나 김 의원의 초강수에도 의혹 관련 공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27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의혹 제기가) 금도를 넘거나 상식 수준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당을 해친다. 자기가 당선되기 위해 당 전체를 먹칠하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경쟁주자들을 비판했다. 또 “민주당이 김기현 잡으려고 여러 해 동안 계속 떠들어댔던 것”이라며 “하도 그러니까 다 수사해서 철저히 뒤져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지주가 내 땅 밑으로 터널을 뚫으라고 하냐. 울산시에 들어보니 보상 대상도 안 된다더라”며 “(노선 변경) 최종 확정안은 송철호 민주당 시장이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대에서 의혹을 가장 먼저 꺼내든 황교안 전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빼도박도 못하는 현장을 놓고 억울하다고 하면 국민이 이해하겠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엄청난 땅을 왜 샀는지 중요하지 않겠냐”며 “맨 처음 노선이 다 폐기되고 김기현 후보의 땅을 지나는 것으로 변경됐다. 저절로 바뀔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의혹을 꺾지 않았다.

황 전 대표는 “풀리지 않는 의혹이 너무 많다”며 “제가 볼 때 방법은 사퇴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권력형 토건비리 의혹이 당원들에게 알려지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다른 분들이 지원해서 표가 올라간 것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주자들도 김 의원을 저격하고 나섰다. 안철수 의원 캠프는 전날 논평에서 “정말 당당하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MBC PD를 상대로 소송을 더 열심히 하지 그랬나. MBC를 상대로 패소해놓고, 왜 우리 당 동지를 상대로 내부 총질하냐”고 했다. 민주당 내 ‘김기현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도 전날 “집권여당의 유력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은 정당 간의 투쟁이나 공격으로 시선을 돌리려 하는 등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했다.

이번 의혹은 김 의원이 울산시 고문변호사로 재직 중이던 1998년 2월 매입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의 임야 약 3만5000평이 KTX울산역 역세권으로 개발되면서 1800배의 시세차익을 냈다는 내용이다. KTX울산역 연계도로가 기존 계획과 달리 김 의원 소유 임야를 지나는 방향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게 핵심이다. 2018년과 2021년 민주당에서 제기된 의혹은 전대 과정에서 재점화됐다.

전날 김 의원의 수사의뢰 요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과 이번 주 전대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결과가 향후 정국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전에 의혹에 선을 긋고, 민주당과 각을 세워 유력한 차기 당대표 이미지를 굳히는 전략이다.

김진 기자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