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이삿짐에 몰래 숨겨왔다. 소유권은 물론 출처에 대한 증빙도 전혀 없어 신뢰할 수 없다.”
일명 보톡스(미국 엘러간사의 상품명)로 잘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의 진실게임이 갈수록 난관이다. 이번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 출처를 공식 문제제기하고 나섰다. “이삿짐에 몰래 숨겨왔다”고 메디톡스를 공개 저격했다.
최소 5년 이상 이어질 최종 판결을 앞두고 두 회사의 다툼은 점점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15일 최근 공개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민사 1심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서 대웅제약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귀국 시 이삿짐에 몰래 숨겨 왔다는 양규환 교수의 진술 뿐”이라며 메디톡스 균주 출처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출신의 양규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지난 1979년 미 위스콘신대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공여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웅은 “소유권은 물론 출처에 대한 증빙도 전혀 없어 신뢰할 수 없다. 아무 근거 없이 ‘당시의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균주의 소유권을 인정해 버렸다”고 판결을 비판했다.
대웅제약은 자사의 균주 출처에 대해선 “경기 용인시 포곡읍 하천변에서 채취한 균주로, 기록을 통해 유래에 대한 증빙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서도 균주의 도용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나 출처 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역학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해 항소심에서 오판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7년까지 메디톡스가 대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회사 퇴사자인 A씨가 메디톡스의 균주를 훔쳐 대웅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균주를 통해 나보타를 개발하게 됐다는 것.
이번 1심 판결에 따르면 대웅은 메디톡스에 보툴리눔 균주를 넘기고 나보타를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다. 400억원의 손해배상도 해야 한다.
특히 이번 판결은 향후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메디톡스는 균주를 훔쳐간 곳이 대웅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휴젤은 미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휴젤의 경우 통조림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균주의 주인이 명확히 누구냐로 밝혀지기 전까지 앞으로 관련 소송이나 분쟁이 이어질 것”이라며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한 쪽에서는 분명히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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