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방송한 MBC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의 배우 채림을 보고 앵커의 꿈을 키우던 한 소녀는 2003년 SM엔터테인먼트에 발탁, 성장드라마 ‘반올림1’의 이옥림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이옥림’이라는 캐릭터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존재기도 했지만, 자신이 벗어나야할 일종의 굴레와도 같은 것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드디어 그 굴레를 벗어던지는 데 성공했다. 전 국민을 ‘응사앓이’에 빠지게 한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성나정 캐릭터는 고아라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최근 ‘응사’ 종영 후 다리 부상 치료와 밀린 인터뷰와 개인 스케줄, 시청률 공약 이행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아라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전작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의 인기에 부담을 가질 수도 있건만, 그는 어떻게 ‘응사’와 만나게 됐을까.

“‘응사’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대본이 나오기 전이었어요. 오히려 ‘응칠’을 정말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감독님과 작가님을 믿었어요. 전작과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상황과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어요. 사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생각만 했지 시청률이나 인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냥 즐기면서 촬영에 임했거든요.”

그의 말처럼 ‘응사’는 전작 ‘응칠’을 훌쩍 뛰어넘는 인기를 과시했다. 기존의 ‘응칠’이 가지고 있던 큰 틀에 새로운 시대와 캐릭터들이 가미된 ‘응사’는 94학번 대학생들의 풋풋한 캠퍼스 생활과 하숙 생활, 첫사랑과 팬덤 문화를 다루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응사’는 ‘응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인물과 상황들로 다른 느낌을 줬다고 생각해요. ‘응칠’이 주는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울면서 웃고 있는 그러한 모습들이 ‘응사’에서도 전해졌거든요. ‘응사’는 ‘응칠’과 겹친다기보다 그 자체로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저도 도서관 등에서 90년대 농구 대잔치에 대한 자료를 엄청나게 찾아보면서 많이 공부했죠.”

고아라는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변신을 시도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짧아진 머리 스타일과 체중이었다. 두 가지 모두 여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러한 자신의 변신을 만족스러워했다.

“촬영 전에 5킬로그램 정도 찌웠어요. 머리는 대본을 보고 떠오른 이미지가 있어서 잘랐고요. 둘 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시도한 것들이었어요. 감독님께서도 최대한 고아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한 번은 트레이닝복 바지에 머리를 자르고 안경을 쓴 채로 지나가니까 사람들이 못 알아봤어요. 혹은 ‘고아라 못 생겨졌어’라는 말에 오히려 감격스러웠어요. 저로 안보이길 바랐기에 이로써 ‘성공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고아라를 보면서 느끼는 이미지 중 하나는 바로 ‘도도하고 고고함’이다. 국밥을 사랑하고 한식을 좋아하는 털털한 시골 소녀는 자신이 그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을 이제야 알게 됐다.

“그냥 번지르르한 이미지 정도라 생각했는데, 저한테 그런 도시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어요. 전 오히려 제 자신이 뼛속부터 시골 아이라 생각했거든요. 입맛도 할머니 입맛처럼 양갱, 약과 등을 좋아해요. 오히려 도시적으로 봐준 것에 대해 감사하죠. 촌아이가 그러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더욱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앞으로 더욱 다양한 매력과 모습들로 찾아 뵐 테니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 드려요.”

‘응사’ 이후로 고아라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이는 작품에 있어서도 그에게 전보다 훨씬 넓은 선택의 폭을 가져다줬다. 현재 그는 차기작을 정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성나정’으로 사랑을 받았던 만큼 차기작 선정에도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그는 현재 ‘응사’ 촬영 중 다친 다리를 치료 중이다. 때문에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할뿐더러, ‘응사’ 팀과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긍정 마인드’와 함께 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친 김에 지난 해 하나도 못 봤던 책들을 읽을 계획이에요. 지난 5월부터 대본으로밖에 글을 접하지 못했거든요.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한 건 아쉽지만,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게 됐잖아요. 2014년에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웃으면서 행복하게 촬영하며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차기작으로 찾아뵐게요. 추운 날 미끄러운 빙판길 조심하시고요, 건강도 꼭 챙기길 바랄게요.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단단한 껍질을 깨고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당당히 발산하고 있는 고아라. 아직 배우라고 불리기보다 이제 막 배워가고 있는 입장이라 여기는 그가 앞으로 쌓아갈 필모그래피에 관심을 모아본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