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87명 구호팀 보내 인명 구조

러,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구호팀 동시 투입

전범 의혹 마르티노프가 구호팀 지휘 ‘모순’도

전쟁·제재 위한 우군 확보 위한 외교 노림수도

우크라이나 구조팀이 터키 남부 하타이 지역에서 구조 활동 중이다. [로이터]
우크라이나 구조팀이 터키 남부 하타이 지역에서 구조 활동 중이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이 역사적으로 최악의 재앙으로 드러나면서 세계 각국이 긴급 구환을 파견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특히 전쟁으로 자국 영토가 황폐해진 우크라이나 구조팀은 물론, 전쟁 상대방인 러시아의 구조팀도 포함됐다. 자연의 파괴력 앞에 인류가 겸손함을 느끼고 전쟁을 멈추는 지혜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청은 9일(현지시간) 자국 응급구조팀이 튀크리예 안타키아에서 수색과 구조 작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은 하타이 지역의 지정 구역에서 잔해 아래에 깔린 생존자를 구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7일 구조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87명의 긴급 구조팀을 튀르키예에 파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지진 피해 현장에 투입된 러시아 구조팀 [타스]
시리아 지진 피해 현장에 투입된 러시아 구조팀 [타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도 현재 시리아와 튀르키예의 피해지역에서 구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총 300명의 러시아군 10개 부대가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가깝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과 슬픔과 고통을 함께 한다”면서 “모든 희생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에선 체첸군 사령관을 지낸 다닐 마르티노프가 구조활동을 지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U)에 따르면 마르티노프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보로디안카 정신병원에서 환자 500명을 인질로 잡고 학대한 인물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일으킨 인물이 튀르키예에서는 구조활동을 하는 등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양국은 동일본 대지진을 뛰어넘는 대규모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인력을 지원했지만 지원 이면에는 전략적 노림수도 숨어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왔다. 지난 3월에는 이스탄불에서 양측 간 평화회담 자리를 마련했고 7월에는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곡물과 비료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합의하는데 역할을 했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을 막기 위해 가격 상한제를 시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서방 입장에서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포스포러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의 관할권을 갖고 있는 튀르키예를 보다 강하게 끌어안을 필요성이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NATO 가입에 어깃장을 놓으며 서방과는 다소 어긋난 입장을 취하고 있는 튀르키예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고립을 피할 수 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의 지난해 대러교역은 45% 늘었다. 서방이 수출을 금지한 철, 의류, 가전제품과 군수용 자동차 부품까지 공급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 유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튀르키예의 천연가스 수출 대금 지급을 연기해 줌으로써 튀르키예의 리라화 방어에 절실한 외화를 공급했다.

한편 러시아는 그간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동맹을 맺고 정부군을 지원해 왔으며 아사드 정권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용병을 파견해 러시아를 지원하는 등 양국은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양국이 지진 피해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전장에서의 전투는 멈출 기미가 없다. 러시아는 동부 전선 돈바스 지역에서 대규모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세르히이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러시아가 점령한 크레미나 지역과 스바토베를 잇는 주요 도로를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병사들이 격퇴하고 있다”고 전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