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 벌이던 시간대

2·7호선 고장에도 공지없어

교통공사 ‘고무줄 잣대’ 논란

서울 시청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서울 시청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시위 공지는 빠른데 고장 공지는 왜 바로 안 올라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장인 박상일(30) 씨는 3일 서울 지하철의 열차 지연 운행·고장 관련 ‘고무줄 잣대’에 불만을 털어놓았다. 서울교통공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즉각적으로 공지하고 있으나, 같은 시간 벌어진 지하철 지연 운행이나 고장 등은 승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날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던 비슷한 시간대인 오전 7시 30분께 지하철 2호선 봉천역 외선순환 구간 선로에서 궤도장애가 발생했다. 또 같은 날 오전 8시경에는 지하철 석남역에서 도봉산역 방향으로 가던 7호선 열차의 고장으로 온수역에서 승객들이 모두 내려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있었다.

직장인 김다정(28) 씨는 “서울 지하철에서 전장연 시위 관련한 지연서는 발급해주면서 왜 지하철 고장과 관련한 증명서는 발급해주질 않는지 모르겠다”며 “외부 세력의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왜 내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황 모(23) 씨 역시 “지하철 지연으로 학원에 지각했다”며 “처음에는 시위 때문에 지연되는 줄 알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버스 타고 이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전장연 시위는 사전 공지 잘만 하더니 왜 지하철이 고장난 일에는 공지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왜 고장난 것 바로 파악할 수 있으면서 방송도 안해주나” “서울교통공사 계정 팔로우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등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전날 있었던 고장과 관련해 지하철 2호선 봉천역과 7호선 온수역 운행 지연에 대해 각각 15분, 1분 30초 가량만 멈춰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량이 줄줄이 연착됐기에 시민이 피해를 본 시간은 약 30분~1시간 가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지하철 고장과 관련한 열차 지연 운행 공지사항은 1건에 불과하지만, 전장연 시위로 인한 열차 지연과 무정차 통과 공지는 75개에 달한다. 긴급 사안과 지연 사실 등을 알리는 서울교통공사의 애플리케이션(앱) ‘또타지하철’ 역시 전날 전장연 시위와 관련한 알람은 보냈지만 2호선 지연과 7호선 지연은 알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직장인 주 모(27) 씨는 “이쯤되면 지하철 고장사고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앱에서 공지를 할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최근 지하철 고장으로 인한 잦은 지연 운행은 시민 불만이 증폭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일 오후 7시 57분경 미아사거리역~미아역 구간을 달리던 서울지하철 4호선 진접행 전동차가 크게 덜컹인 후 9번 차량 등의 내부 조명이 일부 꺼졌다.

해당 차량은 사고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탑승객을 전원 하차시킨 뒤 원인조사를 위해 빈 차량으로 이동했다. 지연됐던 운행은 다음 차량(당고개행)이 역사로 들어오면서 8시 10여분쯤 재개됐다. 서교공 측은 다음 역인 미아역에서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으나 열차 이상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은 지난달에만 5차례의 고장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15일에는 1호선 열차가 한강철교 위에서 멈추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19일에는 7호선 수락산역·뚝섬유원지역의 전동차 출입문이, 21일에는 3호선 무악재역 열차의 출입문이 고장나 닫히지 않았다. 22일에는 7호선 건대입구역에서 열차 1대가 정전으로 고장났고, 23일에는 3호선 무악재역~독립문역 터널 선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운행 장애 여파가 작지 않은데도 사고 상황이나 원인을 알리는 안내방송 등은 별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를 키우는 것으로 지적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이같은 지적에 ‘발 빠른 공지’를 약속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의 가벼운 사고나, 사정상 운행되기까지 시간이 길게 걸리지 않는 사고에 대해서는 승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따로 안내하지 않고 있었다”며 “앞으로는 시민 여러분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빨리 안내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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