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흑인 용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백인 경관이 잇달아 불기소 결정을 받으면서 바닥에 드러눕는 이른바 ‘다이 인’(die in)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흑백 갈등문제가 하룻밤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인내와 자제를 당부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흑백 갈등 문제는 인종을 떠나 미국 대통령에겐 힘든 일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을 두둔했다.

하지만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민의 절반이상은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난 후에도 인종 갈등이 오히려 악화됐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돼 미국 사회의 흑백 갈등과 항의 시위, 소요 사태 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한 흑인 케이블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흑백 간 불신과 갈등은) 우리 사회와 우리 역사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문제”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그동안 진전을 이뤘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번 사건을 우리 모두의 고통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일어난 사건과 50년 전에 일어난 일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여러분의 부모나 조부모, 삼촌들에게 물어보면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심경 토로가 알려지자 부시 전 대통령은 CNN 방송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 오바마 대통령이 흑백 화합을 할 기회가 있겠지만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흑백 갈등을 봉합하는 일이 “앵글로계이든, 백인이든, 라틴계이든, 흑인이든지 간에 상관없이 미국 대통령에겐 힘들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자, 이제 이런(흑백) 문제를 풀어보자’고 말할 때까지 감정을 가라앉히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뉴욕에서 체포되던 중 목이 졸려 숨진 흑인 에릭 가너의 동영상 내용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며 백인 경관 대니얼 판탈레오에 대한 불기소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을 단호한 어조로 밝혀 눈길을 끌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가너 문제와 관련,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최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인종 문제와 관련 엄청난 진전이 이뤄졌지만, 최근 사건들은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ㆍ현직 대통령의 인정 문제 진전 발언에도 불구, 미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은 괴리감이 컸다.

블룸버그 통신 계열의 블룸버그 폴리틱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을 통해 미국민 100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하고 나서 미국 내 인종 간 관계가 나빠졌다고 답변했다. 36%는 인종 갈등이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전과 다름없다는 의견을 보였고 9%는 상황이 나아졌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갈등이 악화했다는 응답자는 흑인이 45%, 백인은 56%에 달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