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력 약한 영세 건설업체 경영난 심화

현장에서는 “선지급 안 돼 공사 중단도”

급격하게 오른 원자재 가격도 경영 부담

“이래서 집지으면 십년은 늙는다 했나봐요”…공사비 오르고 대출은 막혔다 [부동산360]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 경기 광주에서 소형 주택을 전문으로 짓고 있는 한 소형 건설업체는 최근 전원주택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계약을 한 건축주와 3.3㎡당 700만원에 전용 100㎡의 주택 시공 계약을 체결했는데, 건축주가 중도금 대출에 실패하면서 대금 지급을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사비가 애초 계약 체결 당시보다 급격하게 오르면서 추가 협상을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그간 인부들과 하도급 업체에 선금을 지급해왔던 업체는 여유자금 조차 바닥이 났다.

이 업체 관계자는 “순공사원가의 10% 정도를 이윤으로 잡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지금 이윤은 커녕 높아진 공사원가 탓에 재협상 없이는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그마저도 어렵다는 기술자들과 협력사에 선금을 지급해 여유 자금이 없다. 대출마저 어려운 상황으로, 현장에서는 대금지급이 지연되자 장비 마저 철수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금융 경색이 겹치면서 대응력이 부족한 영세 건설사들이 경영난에 빠지고 있다. 중견 대형사들 마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장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 보다 매출 규모와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업체들의 경영난은 한층 가중되는 모습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미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건설사들은 “대출로 버티는 것도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소규모 타일·방수 시공 업체를 운영 중인 장모(62) 씨는 최근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경우다. 인력 수급이 어려운 데다가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아예 공사 현장이 줄어 일감이 끊겼기 때문이다. 장씨는 “젊은 친구들이 한때 타일시공이 돈이 된다고 해 많이 배우는 분위기였는데, 올해 들어서는 돈이 안 되니 다 사라졌다”라며 “거기다가 인테리어 시공의 경우, 소규모 현장을 위주로 도는데 최근에는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시공을 아예 미루는 경우가 많아 수입이 거의 끊겼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통계상으로도 최근 계속된 불경기 탓에 건설업계의 안정성은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건설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135.6%에 달한다. 전년 동기(121.5%) 대비 14.1%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차입금 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25%에서 27.3%로 증가했다. 빚을 내서 사업을 운영하는 비율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전국 6만2000여곳에 달하는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유동성이 비교적 넉넉한 대형 건설사들과 달리 최근 대출 이자 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업계 평균 부채비율이 92.27%에 달했는데, 최근에는 100%를 이미 넘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흔하게 나온다”라며 "비교적 작은 업체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대출 이자는 크게 늘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했다.

앞선 장씨의 경우처럼 높아진 원자재 가격은 대응력이 부족한 영세 건설업체들에는 큰 부담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48.65포인트로 전월 대비 1.21%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8.64% 증가했는데, 특히 철강과 도자기, 시멘트의 경우 한 달 사이 3~4% 이상 급상승해 건설현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의 경우, 대형 사업장뿐만 아니라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건설자재인데 최근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라며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할 때 영세 업체들은 대출을 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이자 부담 탓에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 공사비 선지급을 부탁하는 경우가 잦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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