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망 후 인권위, ‘2차 가해 예방 메뉴얼’ 권고

부인 강난희 씨 소송…“인권위, 피해자 일방 주장만 들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진공동취재단]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부하 직원을 성희롱했다고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15일 오후 1시 50분 박 전 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 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권고 결정 취소 소송 선고기일을 연다.

핵심은 인권위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을 내렸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양측은 모두 준비서면에서 피해자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 내지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가 성희롱이란 점에는 동의했다. 다만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와 피해자 진술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앞서 양측은 박 전 시장과 피해자 간 텔레그램 메시지 ‘사랑해요’를 놓고 대립했다. 포렌식으로 복구된 이틀 분량의 메시지에는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등이 담겼다.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올린 ‘#박원순#만세’와 같은 해시태그를 붙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도 있었는데, 유족 측은 인권위가 사실관계를 따질 때 이같은 내용을 고려해야했다고 주장한다. 강씨는 법정에서 “인권위가 조사개시 절차를 위반한 채 증거를 왜곡했다”며 “인권위는 상대방(고소인)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고도 했다.

반면 피해자 측에선 본인이 직접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제출한 것이며, 일부 표현을 맥락없이 유포해 여론을 호도한다고 맞섰다. 또 위계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에서는 보복이나 불이익 우려로 인해 단호한 거부표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그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에게서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성추행 의혹을 풀지 못하고 같은 해 12월 수사를 종결했다.

이후 인권위의 지난해 1월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한 것이 인정된다며 서울시 등에 개선책 마련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을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을 매뉴얼 마련 등을 권고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인권위의 권고를 모두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강씨는 인권위의 결정에 불복해 지난해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