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여야 원내지도부가 막판 협상에서 ‘실리’와 ‘명분’을 따져가며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12년 만에 법정시한 내 처리됐다. 지난 1년 동안 싸움질만 벌여 온 정치권이 모처럼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구현했다.

▶‘명분’도 얻어간 여당= 새누리당은 72개의 당 정책사업에서 2조1597억원을 증액했다. 중점 예산 대부분을 지켜낸 셈이다.

야당이 삭감을 벼르던 창조경제 예산과 새마을 관련 예산인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도 상임위 논의에 준해 처리돼 큰 폭의 감액이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창조경제 육성 및 지원 예산은 정부원안보다 233억원 늘어난 2157억원이 편성됐다.

또 “서민의 탈을 쓴 부자감세”라며 야당이 반발한 최경환 경제팀의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법안도 정부원안으로 처리됐다. ‘3대 패키지’ 법안은 ▷배당소득 증대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을 말한다.

여야 팽팽하게 맞섰던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편성 문제는 ‘우회지원’으로 여야가 합의해 여당이 체면을 지켰다. 당초 “국고지원은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하던 새누리당이 내년도부터 지방정부로 이관되는 누리과정 어린이집 사업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안에서 해결키로 하면서다.

대신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초 주장한 ‘5233억원 전액 국고지원’에서 한 발 물러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5064억원 우회지원’에 합의, 실속을 챙겼다.

▶‘실리’에 머문 야당=새정치연합도 새누리당과 ‘주고받기식’ 협상에서 서민예산 확보에 주력, 10대 정책사업 중 7개 사업에서 증액을 관철했다는 점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병영문화 및 생활여건 개선 322억원, 비정규직 전환 지원금 68억원,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인 ‘트라우마 센터’ 운영비 20억원 증액이 대표적이다. 막판 증액 협상 과정에서 당 을지로위원회 중점예산인 아파트경비원 고용연장 지원금 50억도 증액됐다.

아울러 야당은 여당의 완강한 입장에 막혀 법인세와 최저한세율 인상 주장을 거둬들이는 대신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 폐지 ▷대기업 R&D 세액공제의 당기분 공제율 인하를 받아냈다.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 ‘부자감세 철회’라는 명분을 찾아낸 셈이다.

한편 담뱃값 인상안은 정부와 여당의 주장대로 ‘개별소비세’를 신설하되, 야당의 요구를 반영해 개별소비세액의 20%는 지방에 돌아가는 ‘소방안전교부세’로 편성했다. 여당은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관철했고 야당은 개별소비세로 늘어난 세수 전액을 지방재정에 사용한다는 실리를 챙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