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부산비엔날레 개막

이주, 여성, 생태계, 기술 등

4개 주제로 부산을 탐험

자칫 난해한 현대미술

지역성·구체성 획득해 흥미롭게 프레젠테이션

2022부산비엔날레가 개막했다. '물결 위 우리'를 주제로 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부산을 시작으로 인간의 이동, 역사, 땅과 바다로 표현되는 자연과 상호연결에 관해 이야기한다. 전시장에서 관객을 처음 맞는 작업은 물결 가득한 바다다. 알마 헤이킬라의 대형 설치작 . [사진=헤럴드DB]
2022부산비엔날레가 개막했다. '물결 위 우리'를 주제로 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부산을 시작으로 인간의 이동, 역사, 땅과 바다로 표현되는 자연과 상호연결에 관해 이야기한다. 전시장에서 관객을 처음 맞는 작업은 물결 가득한 바다다. 알마 헤이킬라의 대형 설치작 . [사진=헤럴드DB]

[헤럴드경제(부산)=이한빛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제 1전시장에 들어서면 물결이 잔잔한 바다가 관객을 맞이한다. 알마 헤이킬라(38)의 작업이다. 지구상 모든 생명의 시작인 바다는 인간과 지구가, 그리고 다른 생명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넌지시 이야기한다. 그곳에서 인간의 역사가, 도시가 그리고 부산이 출발한다.

2022부산비엔날레가 지난 3일 개막했다. 25개국 80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물결 위 우리'를 주제로 239점이 전시된다.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부산항 제1부두 창고, 영도 공장, 초량 주택에서 개최되며, 제1부두 창고는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최초로 일반인에 공개된다.

높은 주제 집중도를 보여 호평을 받았던 2020부산비엔날레처럼 이번 비엔날레도 '부산'을 키워드로 뭉친다. '물결 위 우리'는 부산을 이야기의 출발로 삼아, 네 가지 키워드로 현대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먼저 '이주'다. 개항(1876)과 한국전쟁(1950-1953), 산업화를 거치며 급속하게 확장된 부산 인구의 대부분은 타지에서 유입됐다. 다음은 '여성노동'이다. 봉제공장, 신발공장 등 부산이 산업화 과정에 기여했으나 가려져있던 여성의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룬다. '도시 생태계'는 산, 강, 바다가 겹쳐진 다양한 지형위에 압축적 성장과 변화를 겪은 부산 도시 생태계를 바탕으로 전지구적 환경파괴까지 그 영역을 확장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변화와 로컬리티'다. 기술의 도입과 근대화가 도시에 미친 영향을 기본으로 미래 기술은 지역 장소성에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 살펴본다.

김해주 2022부산비엔날레 감독은 "물결은 사람들의 이동, 요동치는 역사, 전파와 파장, 땅과 바다 그리고 상호연결을 함축한다"며 "물결 위라는 것은 우리 몸이 이렇게 물결같은 역사와 환경위에 놓여있고 그 움직임과 변화를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음을 환기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필리다 발로의 '블루캐쳐'(가운데) 너머 오른쪽으로는 부산의 도시 풍경을 담은 이인미 작가의 '시티스케이프', 왼쪽으로는 샌디 로드리게스의 회화가 펼쳐진다. 필리다는 2022부산비엔날레를 위해 광목천 대신 부산 어선의 폐그물을 활용해 작업을 선보인다. 도시와 노동이라는 본래의 상징을 잃지 않으면서 부산이라는 지역성을 획득했다. [사진=헤럴드DB]
필리다 발로의 '블루캐쳐'(가운데) 너머 오른쪽으로는 부산의 도시 풍경을 담은 이인미 작가의 '시티스케이프', 왼쪽으로는 샌디 로드리게스의 회화가 펼쳐진다. 필리다는 2022부산비엔날레를 위해 광목천 대신 부산 어선의 폐그물을 활용해 작업을 선보인다. 도시와 노동이라는 본래의 상징을 잃지 않으면서 부산이라는 지역성을 획득했다. [사진=헤럴드DB]
지난 2월 미국 LA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 열린 필리다 발로 개인전 [사진=헤럴드DB]
지난 2월 미국 LA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 열린 필리다 발로 개인전 [사진=헤럴드DB]

이주, 여성노동, 도시 생태계, 기술변화라는 키워드는 따로 또 같이 전시장을 종횡무진한다. 마치 부산을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영도대교, 광안대교처럼 넓게 퍼지고 마린시티 등 해안가 초고층건물처럼 수직으로 정렬한다. 비엔날레에서 흔히 천착하는 주제이지만, 관객에게 쉽고 또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구체성과 지역성을 획득해서다. 관람객이 가장 먼저 찾을 부산현대미술관 1전시장은 수직과 수평의 주제들이 만나는 가장 핵심적 공간이다.

헤이킬라의 작업 오른쪽으로는 필리다 발로(78)의 대형 설치물 '블루캐쳐'가 자리잡았다. 콘크리트와 철근, 각목, 합판 등 산업재료로 만든 조각은 거대한 건축용 비계처럼 보인다. 지난 2월 LA 하우저앤워스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작업과 같은 것으로, 광목천만 그물로 바뀌었다. 작가는 부산비엔날레를 위해 부산 어선에서 사용하는 폐그물을 시멘트에 담갔다 꺼내 활용했다. 일반적 도시의 노동을 상징하는 그의 작업은 그물 덕분에 부산의 바다와 노동, 부산이라는 도시의 구체성을 획득했다.

프란시스코 카마초 에레라 & 법인, 낙원으로의 여정, 오래된 미래-1, 2022, 일부 확대. 에레라는 법인스님과 함께 탱화를 제작했다. 고무나무 수액에서 신발이 만들어지기까지 산업과정을 섬세히 그려내고 그 과정에서 나타는 산업재해까지 담아냈다. 뼈와 근육만 남은 해골이 신고 있는 나이키 운동화는 부산이 나이키의 OEM 기지였을 당시 최초로 작업한 디자인이다. [사진=헤럴드DB]
프란시스코 카마초 에레라 & 법인, 낙원으로의 여정, 오래된 미래-1, 2022, 일부 확대. 에레라는 법인스님과 함께 탱화를 제작했다. 고무나무 수액에서 신발이 만들어지기까지 산업과정을 섬세히 그려내고 그 과정에서 나타는 산업재해까지 담아냈다. 뼈와 근육만 남은 해골이 신고 있는 나이키 운동화는 부산이 나이키의 OEM 기지였을 당시 최초로 작업한 디자인이다. [사진=헤럴드DB]

블루캐쳐 뒤에는 수직도시 부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인미(55)작가의 '시티스케이프'연작이다. 초거층 주상복합건물, 바다, 오래된 집 등 세 개 층위가 섞이며 불안한 동거가 이어지는 부산의 모습이다. 하야리아 미군부대가 머물러 100년동인 미국 땅이었다가 지난 2000년 부산시민공원으로 바뀐 범전동은 그 사실을 아는 이에게 더 깊이 다가온다.

옆으로는 샌디 로드리게스(47)의 회화가 자리잡았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유색인종에게 가해져온 폭력의 순환을 그려온 작가는 가장 최근 팬데믹 도중 경찰에게 죽임 당한 이웃까지 담아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행, 폭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주로 활동하며, 2019년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오토봉 엥캉가(47)는 카펫, 끈, 유리, 나무, 테라코타로 이어지는 설치작을 선보였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 역사와 땅의 의미를 탐구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환경오염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지적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시스템과 구조를 제안한다.

2022부산비엔날레를 통해 처음 공개하는 제1부두 창고[사진=헤럴드DB]
2022부산비엔날레를 통해 처음 공개하는 제1부두 창고[사진=헤럴드DB]
제1부두창고 전시 전경 [사진=헤럴드DB]
제1부두창고 전시 전경 [사진=헤럴드DB]
제1부두 창고 전시전경 [사진=헤럴드DB]
제1부두 창고 전시전경 [사진=헤럴드DB]

이외에도 갯바위와 맨손 어업을 표현한 '라이스 부루잉 시스터즈 클럽'과 전지구적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는 카바바우 미누미(64), 부산에서 나고 자라며 자신이 겪은 부산에 대한 기억을 회화로 잡아낸 감민경(52)의 작업도 인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되는 제1부두 창고는 일제 병참기지였던 역사성에 부두에서 배에 붙은 따개비를 떼가며(깡깡이) 생계를 책임졌던 여성노동의 기억이 펼쳐진다. 김도희(43) 작가의 대형 설치작에 이어 거대한 공간에 걸맞게 규모가 큰 작품들이 자리잡았다.

영도공장에는 근대 조선공업의 중심지였던 역사성이, 초량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전시장으로 가는 여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느껴진다. 11월 6일까지.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