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그야말로 난리 북새통이다. 지난 26일 서울남부지법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사실상’ 인용했기 때문이다.

해당 가처분 신청 인용 내용 중 핵심 사항은 첫째 국민의힘은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것, 둘째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은 정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대위 구성 절차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인용 내용을 두고 온갖 해석이 난무한다. 국민의힘 측은, 법원이 비대위원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결정한 것은 맞지만 비대위 구성에는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이기 때문에 지난 27일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당헌을 정비한 후 비대위 재구성을 결정했다. 최고위는 이미 해산된 것이기에 다시 구성할 수는 없고, 그렇기 때문에 비상상황에 대한 개념 규정을 당헌에 명확히 한 이후 다시 비대위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비상상황을 법원이 인정하고 있지 않기에 비대위 자체가 성립 불가하고 이에 최고위원 중 자진사퇴를 한 최고위원들을 대신할 새로운 최고위원을 다시 임명해 최고위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29일 이 전 대표는 법원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을 중단하기 위한 추가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에 대항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직무 정지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했다.

한 마디로 사법이 정치를 ‘결정’하는 상황인데 이런 ‘이상한 현상’이 또다시 발생할 것인지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 발생의 근본적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먼저 직접적인 이유는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사법이 정치를 지배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이유로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당헌 당규와 같은 정당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없고 권위를 가진 정치적 존재도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충분했다면 당대표가 당 내부 문제에 법원의 결정을 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일 당 내부 혹은 정치권 전체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인물이 있었더라면 중재를 통한 정치적 해법이 가능했을 텐데 그것이 불가능해 정치의 자리에 사법이 들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정치력이 사라진 한국 정치판에 사법이 그 빈자리를 메우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사법이 정치를 결정하는 상황은 다시금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법원의 결정으로 정치적 갈등이 잠잠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된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법원의 결정에 대한 ‘해석’ 때문에 더 시끄러워지고 갈등은 증폭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은 법원도 정치적 사안에 대해 결정 혹은 판결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즉, 사법이 정치를 결정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명료하고 깔끔한 결정 혹은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이준석 대표가 전 대표인지, 현 대표인지조차 헷갈리고 비대위 구성 절차는 문제가 없는데 비상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은 정지한다는 식의 결정을 내리면 정치적 갈등은 더욱 첨예화된다는 것이다.

법은 상식이라고 많이들 말하는데 이런 상식을 이해하기 힘들어 다양한 주장과 해석이 난무하게 되면 이는 부분적으로 사법부의 책임일 수 있다. 사법부도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할 때 정치적 판결 혹은 결정을 내리는 데에 있어 그 파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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