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박지원 직권남용 혐의 등 고발

박지원, 2004년 직권남용 헌법소원 내

당시 반대의견 “정치 보복 수단 될 우려”

文 정부 당시 직권남용 사건 급격히 증가

법조계, “적용·해석 더 엄격해야” 지적도

국정원으로부터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첩보 보고서 무단삭제 혐의 등으로 고발 당한 박지원 전 원장은 지난 7일 사실이 아니라며 윤석열 정부가 국정원을 과거로 회귀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연합]
국정원으로부터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첩보 보고서 무단삭제 혐의 등으로 고발 당한 박지원 전 원장은 지난 7일 사실이 아니라며 윤석열 정부가 국정원을 과거로 회귀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으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수사를 받게 되면서, 또다시 광범위한 직권남용 혐의 적용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가 박 전 원장에게 적용을 검토하는 혐의는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이다. 국정원은 고발 당시 자체 조사 결과 박 전 원장에게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치적 사건마다 등장하는 직권남용죄에 대한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특히 앞서서도 2003년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됐던 박 전 원장은 이듬해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직권’이나 ‘의무’와 같은 불명확한 용어의 사용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형법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면 처벌한다.

박 전 원장이 냈던 헌법소원은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났다. 당시 반대의견을 낸 권성 전 재판관은 “이른바 정권교체의 경우에 전임 정부의 실정과 비리를 들춰내거나,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이 규정한 ‘직권의 남용’과 ‘의무’라는 의미가 모호하고 넓어, 법원과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단 이유였다.

권 전 재판관은 이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의 대리인을 맡아, 2019년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현재 헌재는 이후 배 전 사령관 측이 낸 헌법소원을 포함해, 3건의 직권남용죄 관련 헌법소원을 심리 중이다. 다만 권 전 재판관은 배 전 사령관이 낸 헌법소원의 대리인은 맡지 않고 있다. 배 전 사령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 대원들을 통해 인터넷 여론 조작 활동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실제 직권남용 사건은 ‘적폐 청산’을 기조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 당시 가파르게 증가하기도 했다. ‘2021년 검찰연감’에 따르면 2011~2015년 2000건을 넘지 않던 직권남용 사건은 2019년 6697건까지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2016년 2128건 ▷2017년 3224건 ▷2018년 5511건 ▷2020년 6110건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법조계에선 직권남용죄의 해석과 적용을 더욱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직권남용죄라는 게 여태까지 사문화돼 있던 조문이었는데, 현재는 너무 남용되고 있다”며 “과거 악용된다고 얘기한 권성 재판관의 경고가 들어맞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의 부장판사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권남용을 쉽게 적용하는 건 문제”라며 “무죄 시 기소당한 사람이 피해를 보니 법원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법에 있는 죄지만 명확하지 않아 헌법재판까지 할 정도니 조금 더 신중히 운용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