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엔 병원비라 해라” 구체적 지시까지
경찰 “현재 피의자 특정하는 중”
노인 상대 자녀납치 협박 보이스피싱 잇따라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신현주·권제인 수습기자] 80대 노인의 딸을 납치했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보이스피싱범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A(82·여)씨에게 1000만원을 갈취한 보이스피싱 사건에 대해 피의자를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지난 7일 오전 9시께 “딸이 친구 보증을 섰는데 친구가 도망가 빚 5000만원을 떠안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보이스피싱범은 A씨에게 울고 있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실제 딸을 납치한 것처럼 속이며 5000만원을 요구했다.
A씨가 “가지고 있는 돈이 2000만원밖에 없다”고 하자 보이스피싱범은 2000만원을 갖고 서대문구의 한 주택가로 나오라고 했다.
보이스피싱범은 A씨에게 “전화를 끊지 말고 택시로 이동하라”며 “택시기사에게는 조카와 전화 중이라고 하고 은행에서는 병원비로 출금하는 것이라고 둘러대라”고 지시했다.
A씨는 은행에서 1000만원을 인출해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나와 있는 여성에게 돈을 건넸다. 보이스피싱범은 1000만원을 더 인출하라고 했지만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됐다. 이후 A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했으며, 사위를 통해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현재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노인을 상대로 자녀를 납치했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역시 서대문구에서 노인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이 일어났다가 병원 직원의 기지로 피해를 막은 사건이 있었다.
같은 날 오전 서대문구의 한 병원에서 진료받던 송모(63) 씨는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딸을 데리고 있으니 1000만원을 송금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옆에 있던 병원 직원이 보이스피싱임을 의심해 우선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알려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 1월에는 전북 임실군에서 70대 남성 B씨에게 “아들을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라”고 협박해 1000만원을 갈취한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가담한 태국인 여성을 검거했으며, 보이스피싱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123@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