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기간제 피고용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론의 여지 없이 재고용이다. 이는 사활 문제다. 그들의 재고용 전투를 향하여 ‘밥그릇 싸움’이라 조롱하거나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비판은 무용하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打)’는 바둑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진리다. 내가 사는 것이 먼저다. 동물의 세계 역시 가장 치열한 쟁투의 대상은 밥과 짝, 두 가지다. 굵직한 두 번의 선거가 끝난 뒤 제21대 국회가 다시 뜨겁다. 이긴 쪽도, 진 쪽도 마찬가지다. 후반기 국회 개막은 그들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고용 시즌의 도래다. 전쟁의 막이 올랐다. 총선이 다가온다.
‘고용 전쟁’이 먼저 터진 곳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선거를 앞두고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계파 갈등은 두 번의 선거에서 잇따라 졌다는 것이 명확해지던 지난 2일 새벽부터 터졌다. A는 “자생당사(自生黨死·자신은 살고 당은 죽는다)”라 했고, B는 “상처뿐인 영광”, C는 “한 명 살고 다 죽었다”고 했으며 D는 “당을 사당화했다”고 비판했다. 불과 석 달 전 자당의 대선 후보를 향한 비판치고는 수위가 높다. 원인은 간명하다. 차기 총선 전망이 어두운 탓이다. 총선이 어렵다는 것은 ‘재고용’ 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재고용 정원이 적음을 의미하며, 결국 내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사생결단 정치 시즌이다. 정치는 위기 상황에서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행위다. 현실에선 계파 갈등이다. 타 계파는 적, 내 계파는 아군이다. 애매한 중립지대에 있다가는 쓸려 나간다.
국민의힘도 조기 전쟁 모드다. 통상 선거에서 이긴 측은 그래도 좀 여유가 있는 편인데 이번엔 달랐다. 불을 지핀 측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선 승리가 확정된 2일 오전 혁신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했다. 위원 구성도 안 된 상태의 개문 발차다. 혁신위원회에 대한 설명은 다양했으나 한 줄로 요약하면 결국 ‘공천’이다. 소위 ‘시스템 공천’을 통해 공천 때마다 반복되는 잡음을 없애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의지다. 패는 갈라졌다. 소위 ‘친윤(친윤석열)’ 대 ‘비윤(비윤석열)’이다. 권성동 의원과 정진석 의원이 ‘친윤’의 대표 주자다. 이 대표가 선거 승리를 기뻐해야 할,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2일 예고 없이 ‘혁신위원회 출범’ 카드를 꺼낸 것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달 말 당 윤리위원회의 위기감이란 분석과 공천 개혁 소신이 원인이라는 해석 등이다.
우리가, 국민이 그들의 싸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4년 기간제 피고용인’들을 고용하는 고용주가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다 썩었다’ ‘거짓말만 한다’는 정치 냉소는 나쁘다. 나쁜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정치 냉소를 숙주 삼는다. 선거는 더 나쁜 분과 덜 나쁜 분을 구분하는 과정이다. 루소는 ‘국민은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 상태로 돌아간다’고 했다. 사회계약론이란 혁명적 아이디어로 절대왕정에 균열을 냈던 그가 2022년 한국에 살았더라도 ‘투표를 잘하라’고 했을 것이다. 여야가 치열한 당권싸움에 돌입한 것은 공천권을 향한, 재고용을 향한 투쟁이다. 잘 보아두었다가 오는 2024년 표맛을 보이자. 그것이 고용주의 의무다. 총선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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