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지난 16일 김지연(38) 씨는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며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씨는 가족들과 함께 응급실에 내원했지만, 진료를 받던 중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는 3일 김 씨가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병원에서 심장, 폐, 간, 췌장, 신장 등을 6명에게 기증한 뒤 숨졌다고 밝혔다. 김 씨는 조직기증으로 100여명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김씨의 가족은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지연이는 배려심이 많으며 성품이 착하고 온순한 성격이었다”며 “ 3년 전 결혼해 집안 꾸미기를 좋아했고 간단한 음식을 하더라도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가족들은 수술 후 희망이 없다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다른 생명을 살린다면 지연이가 살아있는 것과 같다”며 “그것이 지연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며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김씨의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 딸의 손을 잡으며 “천사 같은 지연아, 짧은 생을 살다가 멀리 떠나지만 네 몸 아끼지 않고 나눠준 숭고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으면 좋겠다. 몸의 일부라도 꼭 살아있어줘”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박효정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코디네이터는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순간에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결심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슬픔 속에서도 김씨가 나눈 희망이 선한 영향력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