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호남권은 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의 생산거점으로서 국가경제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주력산업 성장 정체에 신산업 육성도 구체적인 성과를 못 내 성장잠재력이 위축됐다.”(김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전국 광역단체 시·도지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균형발전’을 천명한 가운데, 수도권·충청권에 비해 호남권 등 다른 권역은 여전히 성장 정체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새 정부에서 초광역에 기반을 둔 산업생태계를 구축해 뒤쳐진 권역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7일 광주상의 회의실에서 ‘제2차 지역경제포럼’을 개최하고 전국 6개 권역 ‘성장잠재력지수(RGPI)를 발표한 결과, 2020년 기준 수도권이 1.2로 가장 높았고 충청권이 1.18로 뒤를 이었다. 이어 강원제주권(0.99), 호남권(0.95), 대경권(0.87), 동남권(0.86) 순이었다.
성장잠재력지수는 지역 내 인적자본, 산업구조에 R&D(연구개발) 등의 요소를 강화해 성장역량을 수치화한 것이다. 지수가 1을 넘으면 전국 평균 이상의 성장역량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 이날 포럼이 초점을 맞춘 호남권은 2015년 최하위(0.86)에서 일부 개선됐지만, 여전히 1미만이라 성장 정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대한상의가 분석한 지역내총생산(GRDP) 자료에 따르면 전체 GRDP에서 호남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9.6%에서 2020년에는 8.9%로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GRDP에 대한 기여도가 떨어진 지역은 호남권을 포함해 동남권과 대경권 등 3곳이다. 남부지역 전체와 수도권·중부지역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주 요인 중 하나로 정부 지원 부족이 꼽힌다. 지난해 정부가 지출한 연구개발 투자액을 살펴보면 광주·전남·전북 지역에 투자한 금액은 18조원으로 전체 227조원의 8.0%에 불과하다. 호남권에 투자된 금액은 지역경제 규모(GRDP 비중 8.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호남권의 경우 4차산업혁명 등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이 미흡한 것과 함께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이 부족한 면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오병기 광주전남연구원 박사는 초광역 단위 협업을 통한 지역 산업생태계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실제 호남권에서는 광주광역시와 인근의 5개 시·군이 참여하는 ‘빛고을 메가시티’를 비롯해 광주·전남·전북간 협업을 모색하는 ‘초광역 에너지 공동체’, 부산과 울산까지 아우르는 ‘남해안경제권 초광역협업’ 등이 논의되고 있다.
오 박사는 “이 같은 지역의 구상과 노력을 성공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역 기업들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만큼, 국가적 차원의 지역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가 더욱 활성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종만 광주상의 상근부회장은 “지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예비타당성 평가방식으로 인해 지역 인프라 개선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비되고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장석인 한국공학대 교수는 “수도권 기업 유치, 리쇼어링, 외국인직접투자(FDI) 모두 미흡한 상황”이라며 “지역 특성 및 기존 사업 분석에 기반한 과감한 인프라 투자와 획기적인 규제개선으로 기업이 지역 내에 자생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도 “새롭게 들어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만큼, 지역과 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지역을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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