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시티팀 = 김상진 칼럼니스트]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는 예산국회 법정처리에 올해도 빨간불이 켜졌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누리과정(취학전 아동 교육비 지원) 예산편성 문제로 9일째 파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문제로 서울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이후에 다시 불붙은 정치권의 복지논쟁이다. 그런데 현재 복지 논쟁의 쟁점을 보면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무상보육이 먼저냐, 무상급식이 먼저냐’ ‘내 공약이냐, 네 공약이냐’ 등으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저급하고 소모적인 논쟁에 머물러있다. 국민을 위한다는 복지정책이 국민을 편 가르기 하고 있으며, 정치이념화 하여 정당의 득실만 따지고 있다. 이번 복지논쟁의 중심은 정부와 청와대에 있다. 국비가 투입되던 누리과정 예산을 2015년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100% 충당하도록 하자, 지자체장들과 교육감들이 즉각 ‘예산편성 거부’를 선언하였다. 그러자 청와대 경제수석이 ‘누리과정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고, 무상급식은 지자체와 교육청의 재량사항이나 과다편성하고 집행하였으며, 무상급식은 대선공약이 아니다’라고 브리핑을 하였다. 이 정부의 복지에 대한 인식수준을 가름 하는 발언이다.현재 정치권에 화두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공적연금 개혁’ 등은 모두 저출산고령사회 문제와 관련이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사회 국가이다. UN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2050년이면 노인인구 비율이 38.2%로 세계에서 가장 높게 되며, 생산가능인구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전체인구는 약 650만명이 줄어들 것이며, 잠재성장률은 2040년에 0.74%로 추락하여 경제의 활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인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하나, 2013년 대한민국은 1.19명에 불과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저출산고령화 속도에 대한민국호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데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의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인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14개 부처를 컨트롤해야 할 위원회에는 복지부 공무원 4명이 전부이다. 예산은 인건비와 용역비를 제외하면 회의한번 제대로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사실상 방치 상태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청와대 경제수석이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가지고 ‘네 공약, 내 공약’ 브리핑을 하는 것 아닌가?저출산고령사회 문제는 여야의 정쟁대상일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존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파편화 되어 소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복지 논쟁을 생산적인 논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저출산고령사회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국가적으로 수립하여 정권의 향방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기본법을 만들고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복지부 산하로 격하 시켜버렸다. 2012년 정권말기에 사회적 문제제기에 못이겨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복귀하였으나, 박근혜 정부에는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기구이다.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장기계획인 ‘새로마지플랜’은 정권이 바뀌면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계획이 되어 버렸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각계각층을 참여시켜 사실상의 ‘사회적 대타협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서 마련된 계획은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성을 가지게 하면, 무상보육이 먼저니, 무상급식이 먼저니 하는 저급한 논쟁은 없을 것이다. 둘째, 저출산 대책은 보편적 적용으로, 고령화 대책은 선별적 적용으로 기본방향을 잡고 예산상황에 따라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 적용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인 교육비, 보육 및 양육비, 여성의 육아휴직, 여성경제 참여, 비정규직 문제 등은 보편적으로 누구나 적용해 가야 한다. 국가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차별을 해서는 안되며 누구나 균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 고령화 대책으로 기초노령연금, 노인 일자리창출, 독거노인 대책 등은 국가가 보호해야할 대상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기본방향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라는 소모적인 논쟁과 프레임은 없어질 것이다. 셋째, 복지와 고용을 연계시키는 생산적 복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복지는 무상으로 퍼주기를 하여 예산만 축낸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실제 연구결과 교육, 보건, 복지사업이 건설투자보다 경제성장 기여율이 높게 나타난다. 양질의 직업교육, 직업훈련, 여성의 일과 양육 병행, 노인 일자리 창출 등 복지와 고용을 연계시키는 사업에 투자하여 생산적인 복지제도를 만드는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넷째, 복지를 위한 증세는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지하경제에 숨어 있는 돈을 찾아내 복지재원으로 쓰지 않는 이상 증세 없이 충분한 복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의 조세정책은 국가를 유지하는 근간을 이룬다. 국가의 조세정책이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게 되면 민심은 폭발하게 된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하는 서민들 대상인 담배세, 주민세 등은 증세를 하고, 법인세와 소득세율은 그대로 놔둔다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국가의 존폐를 가져오는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통령이 설명하고 국민적인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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