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서 제출해야” 답변만

자가격리자 관리도 사실상 스톱

“확진자 자기기입식 역학조사서를 작성하기 어려우면, 오늘(17일) 오후 중 역학조사를 위해 보건소 직원이 전화 드리겠습니다.” 지난 16일 병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에 들어간 직장인 김모(28) 씨는 서울 강남구 보건소로부터 확진자 자가기입식 조사서를 작성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러나 다음날인 지난 17일 동거인 수를 추가 기입하는 방법을 잘 몰라 보건소 측에 문의 전화를 하자 이 같은 안내를 받았다.

당시 보건소 측에서 따로 전화를 주겠다는 말에 김씨는, 자기기입식 조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가격리 종료까지 이틀 남은 지난 21일까지도 보건소 측에선 감감 무소식이었다. 결국 김씨가 같은 날 보건소 측에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자 “확진자가 많아 (연락이)누락된 것 같다”면서도 “확진자 등록이 돼야 코로나19 생활지원금 신청이 가능한데. 자기기입식 역학조사서를 제출해야 등록이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대해 김씨는 “아무리 확진자가 급증해 역학조사가 예전만큼 면밀하기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보건소 측에서)역학조사 관리를 위해 전화를 준다 해 놓고 이렇게 얼렁뚱땅 자가격리를 끝내도 되는 건지 어안이 벙벙하다. 마냥 기다렸다가 생활지원금을 신청했으면 못 받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면서 정부의 방역 관리도 이전만큼 엄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소 측에서 자가격리 중인 확진자에 대한 자기기입식 조사서 제출 여부도, 역학조사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실정이다.

정부의 방역 지침이 느슨해지자 자가격리 위반에 대한 집계도 올 초부터 멈춘 상태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자가격리자 무단이탈자 수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1936명과 2518명이었다. 두 해에 한 달 평균 각각 161명과 209명의 자가격리 무단 이탈자가 속출한 셈이다.

그러나 행안부가 올해 집계한 자가격리 무단이탈자는 올해 2월 9일 기준까지가 전부다. 올해 1월 통계 역시 62명으로 역대 월별 무단이탈자 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확진자는 21만5009명으로, 올해 2월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고 바이러스 특성상 전파 차단의 노력은 의미가 없을 거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서 자가격리자 관리에 동력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 이상 자가격리자의 역학조사에 공력을 쏟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봤다. 정부 차원의 격리 조치 대신 확진자 스스로가 개인의 상태를 보고 스스로 격리를 하는 등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고령층의 자가격리자들도 격리 해제 일주일이 다 끝나갈 때 보건소에서 연락이 올 정도로 관리가 어려운데 일반인에 대한 누락은 당연히 많을 것”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 확진자들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내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인한 증상도 제각각이어서 경미한 이들은 일상 업무를 이어갈 수 있게 하고, 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에 대해선 직장이나 학교에서 쉬는 것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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