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출발을 준비하게 된다.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가 헤쳐 나아가야 할 긴급하고 중요한 경제·사회·안보·외교 등 현안을 산더미처럼 다룰 것이다. 보다 나은 경제와 사회를 만들어 계속 함께 잘살아갈 방법을 찾고 실행할 계획을 챙겨야 한다. 그중에서 경제는 기술패권경쟁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첨단기술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 경제활동이 강한 나라는 더욱 그렇다. 기술패권경쟁은 단순히 기술을 육성해 보호하는 전략을 넘어서 통상·금융 등 경제·산업과 관련된 법·제도를 바꾸고 중장기적 태세로 넘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가전략기술을 지정하고 확보해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준비했다. 국가안보회의에서 기술안보를 다루도록 체계를 만들었다. 지금부터는 새 정부가 이어서 구체적이고 정밀한 이행 전략계획과 그를 뒷받침할 제도를 만들어 잘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행전략계획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써서 챙겨야 할 내용은 인재정책이다. 인재와 관련해서 인구 규모와 진로 선택의 변화를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 변화는 예정된 일이다. 생산가능인구의 전체 규모가 감소하고 있고 유·소년 인구는 이미 고령 인구보다 적어져 인력 부족을 예고하고 있다. 연구개발활동조사에 의하면 2020년까지는 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연구원의 규모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수한 석·박사 연구원을 확보하는 기반인 대학원생 수는 2016년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첨단기술인력 확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기술패권경쟁에서 대응해야 하는 첨단기술 확보는 가장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부 연구·개발예산의 중요한 기능은 혁신 인재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과 공공 연구기관이 전체 국가연구개발 투자의 20%가량을 사용하는데 박사급 연구원 인력은 대학에 60% 가까이, 공공연구기관에 약 20%로, 합하면 80%가 된다. 돈과 사람의 흐름이 맞지 않다. 연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유로운 연구를 위한 여건을 찾아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책은 ‘성과와 효과’를 기대하지만 사람은 ‘자유와 보장’을 원한다. 인재가 성장, 발전하도록 돕는 제도와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생태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20대 중·후반 청년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을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보내는 일을 우선 선택하도록 이끄는 매력을 국가 연구개발사업에서는 찾을 수 없다. 대학원에 가기보다는 대기업, 공무원, 벤처로 인재가 먼저 몰려간다. 대학원생을 향후 20~30년 동안 성장, 활동할 국가 첨단전략기술의 핵심 전략인재로 보는 정책적 철학을 완전히 다시 정립해야 한다. 연구자로서 합당한 처우를 받도록 예측 가능한 체제로 받쳐줘야 한다.
처우의 시작은 소득이다. 학생으로서 장학금을 받는 것과 연구자로서 인건비를 받는 것이 다 가능해야 한다. 대학은 장학금을 주고, 산·학 협력단은 연구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연구 경력 산정표준을 만들어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기반으로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원생 장학금 예산은 별도로 마련하고 국가 연구개발사업은 연구 주제와 예산 규모의 적절성뿐만 아니라 연구인력 계획을 병행해서 검토하고 핵심적인 연구·개발 인력의 성장 단계로 작동하도록 다시 설계해야 한다.
사람 없이는 모든 계획이 허망한 꿈에 불과하게 된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