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면적 1만6755ha, 여의도 면적의 53배, 서울시 면적 4분의 1 소실

산림헬기가 ‘양간지풍’이 최악의 산불 사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동해안 산불현장에서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산림헬기가 ‘양간지풍’이 최악의 산불 사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동해안 산불현장에서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헤럴드경제=이권형·김빛나 기자] 경북 울진과 강원 동해 등에서 발생한 산불이 건조한 날씨와 강풍을 타고 4일째 확산하고 있다.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산불 진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뭄으로 산불발생 위험이 큰 상황과 봄철 강원도에서 자주 나타나는 국지적 강풍 ‘양간지풍(襄杆之風·푄현상)’이 최악의 사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7일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동해안 산불로 인해 7일 오전 6시까지 1만6755㏊의 산림 피해(산불영향구역 면적)가 추정된다. 피해 면적은 이미 서울 면적(60.5㏊)의 4분의 1 이상을 넘었다.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의 57.8배에 해당하며 축구장(0.714㏊)이 2만3466개 모인 넓이다.

울진 1만2039㏊, 삼척 656㏊, 영월 80㏊, 강릉 1900㏊, 동해 2100㏊ 피해가 추정된다.

파악된 인명 피해는 없는 가운데 산불로 512개 시설이 피해를 당했다. 울진 272개, 동해 63 등 343개 주택이 소실됐다. 문화재 중에서는 동해시 어달산 봉수대(강원도 기념물 13호)가 피해를 봤다.

6일 오후 7시께 경북 울진군 북면 사계리 일대야산 정상에서 길이 약 1㎞ 거센 불길이 일며 산등성이를 태우고 있다. [연합]
6일 오후 7시께 경북 울진군 북면 사계리 일대야산 정상에서 길이 약 1㎞ 거센 불길이 일며 산등성이를 태우고 있다. [연합]

산불로 인해 대피한 주민은 전날 오후 9시 기준으로 4659세대 7355명으로 집계됐다. 공공시설, 마을회관, 경로당 등 임시주거시설 18곳에 436세대 485명이 대피했다.

이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산불은 산림당국이 전국적인 소방인력과 장비에 군 병력까지 동원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불 확산 피해 면적이 대규모고 대부분 침엽수림지역으로 많은 연기가 발생함에 따라 헬기 운행에 시계를 확보키 어려운 실정이며, 수시로 변하며 진행 방향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국지적 강풍도 화마를 키우고 있다.

첫날 순간 초속 25m의 강한 남서풍을 타고 삼척까지 확산한 산불은, 이튿날엔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울진 방향으로 불길을 키웠다. 오전의 북서풍이 오후엔 북동풍으로 바뀌며 200년 넘는 노송 8만여 그루가 자라는 금강송 군락지를 위협하는 등 산림당국의 대처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건조한 날씨와 ‘양간지풍’으로 최악의 산불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6일 오후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야산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
건조한 날씨와 ‘양간지풍’으로 최악의 산불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6일 오후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야산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

더욱이 산불 발생 지역은 급경사 산악 지형으로 지상 진화 인력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현장에 투입키 어렵고 특히, 전국 동시 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함에 따라 진화 헬기를 분산 투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도 진화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동해안 이날 오전 5시를 기준으로 진화율은 울진·삼척 40%, 강릉 80%이며, 영월과 대구 달성은 각각 50%와 40%다. 같은 시각 기준으로 1만7940명(진화대 2068명, 공무원 2978명, 소방·경찰·해경·군인 등 1만2894명)의 인력과 헬기 95대, 차량 781대가 산불 진화에 투입됐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울진군 금강송면 금강소나무숲 및 불영사 문화재 보호를 위한 산불 저지선 구축 등 민가 보호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6일 오후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연합]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6일 오후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연합]

이번 최악의 산불 산태의 핵심적인 원인으로는 겨울 가뭄이 꼽힌다. 겨울 기간(지난해 12~2월) 전국 강수량은 평년 대비 14.7% 수준인 13.3㎜로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비는 오지 않고 건조한 날씨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생한 산불은 이달 3일 기준 23건으로, 예년에 비해 2.4배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온도가 높고 건조한 ‘양간지풍’까지 불면서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4~6일 강원 영동·경북 내륙 지역에는 순간 초속 25m 까지 바람이 불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산불지연제 투하 중인 산불진화헬기(초대형). [산림청 제공]
산불지연제 투하 중인 산불진화헬기(초대형). [산림청 제공]

앞으로의 기상 전망은 밝지 않다. 한동안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데다 비는 6일 후에나 올 예정이다. 현재 중부지방·전남권 동부·경상권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하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건조특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일요일인 13일에야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기다리는 비소식도 요원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동해안 지역에는 오는 13일에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울진·삼척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피해 시설에 대한 복구비 일부 국비지원과 피해 주민의 지방세 납부유예·공공요금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kwonh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