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P]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원유 수입을 금지하라는 요구가 자국 정치권 등에서 비등하고 있는 것과 관련, “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줄이는 건 전략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매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을 돕게 된다는 우려에서 미 의회에선 초당적으로 수입 금지안을 지지하는 상황인데, 블링컨 장관은 효과가 떨어진다며 거리를 둔 것이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재는 러시아와 푸틴에 최대한의 영향을 주고, 우리와 우리 파트너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고안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입 금지의) 즉각적인 효과는 미국인에겐 휘발유 가격을 인상시키고, 러시아엔 이익을 더 주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가 주요 에너지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유지하는 걸 약화시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산 원유를 미국에 들이는 걸 막으면 단기적으로 러시아를 돕고 미국엔 해가 되기에 장기 전략을 쓰겠다는 걸로 풀이된다.

장기 전략에 맞는 제재로는 러시아가 에너지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핵심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안 등이 있다. 다만, 이게 충분한 영향을 내기까진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정부 안에서 수입금지가 미 소비자와 전 세계 공급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통의 말을 전하면서다.

세실리아 루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린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많이 수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미국의 러시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경우 지금 당장 취할 수 있는 옵션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혀 수입 금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걸로 CNBC 등은 해석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들어온 총 원유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다. 에너지 관련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2017년 이후 가장 속도가 느리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미국이 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유럽 동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적·국내적 옵션이 있다”며 “뭐가 가능한지, 무엇이 최대의 영향을 미칠지 논의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너무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다”고 했다.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