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느슨한 동서 진영의 결집력을 강화시켰다. 미국과 EU는 사안별로 협력·대립하던 관계에서 협력으로 일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중의 밀착 강도도 세질 것이다. 공급망 측면에서 ‘동맹형 가치사슬’이 완성돼 가는 듯하다.

이 시점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선진시장도 신흥시장도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구미든 동구든 아시아든 다 우리의 소중한 교역국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응해 왔다. 사안별로 접근한다며 어느 동맹에도 참여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이 전략이 구냉전처럼 동서 진영이 뚜렷이 갈라짐으로써 더 이상 유지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현재의 군사적 동맹관계는 향후 경제동맹 자체로 발전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이익을 지키려다 양쪽의 협공을 받을 수 있는 위기에 몰렸다고 할까. 신뢰 상실은 물론 더 큰 압박에 시달릴 개연성이 높아졌다. 우리의 유연성이 양측으로부터 거부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한국은 아직 양 진영의 열렬한 구애대상에서 벗어나 있긴 하다.

그러나 안보와 경제는 필요충분 조건임을 한시라도 간과해선 안 된다. 튼튼한 이 두 축은 협상력을 높여준다. 진영대립에서 그나마 포용과 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 할 것이다.

종전 후에도 최고의 경계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이 될 것이다. 일대일로 등 중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완성하기에 앞서 우리는 산업 경쟁력을 더 높여놔야 한다. 이는 긴박한 시간싸움 될 것이다.

이 와중 기업들의 선택 역시 치밀해져야 한다. G2간의 경쟁 속에서 공급맘 점검은 상시적 위험관리 활동이 됐다. 각 경제별 또는 산업별 동맹시장 참여기회를 늘려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정부와 기업간 긴밀한 협력이 과제로 주어졌다.


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