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시행 효과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예정처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해도 자산 상위 대기업들이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고 추정한 반면 기재부는 과세 기준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예정처는 ‘2014년 세법개정안 분석 자료’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부담하는 법인은 대기업이 아니라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견기업이라고 규정했다.

예정처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과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는 계열사 등 법인 2568곳의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기업소득환류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총자산 1~50위까지 대기업 중에서 과세 대상기업이 1곳도 없었다. 자산규모 50~100위 내 대기업 중에서도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기업소득환류세를 내는 법인은 3곳뿐이었다. 결국 국내 대기업 대다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의 투자, 배당, 임금 증가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할 때 법정 법인세 말고도 추가로 법인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기업의 소득을 가계로 흐르게 해 침체된 소비를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다. 그러나 예정저의 시뮬레이션 결과처럼 대기업의 집중도가 큰 한국에서 대기업이 빠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예정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기준율을 당기소득의 60%에서 투자와 임금 증가, 배당액을 빼는 방안과 당기소득의 20%에서 임금 증가와 배당을 빼는 방법을 적용했을 때 자산 상위 100~200위는 6곳, 201~400위 25곳, 401~800위 77곳, 801~1201곳은 110곳, 1201~1600위는 148곳, 1601~2000위에서는 142곳이 환류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구간 내에서 환류세를 부담하는 기업의 비중을 보면 1~50위 0%, 51~100위 6%, 101~200위 6%, 201~400위 13%, 401~800위 19%, 801~1200위 28%, 1201~1600위 37%, 1601~2000위 36%다.

즉 1~100위 대기업은 대부분 제외되고, 자산 1201~1600위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들이 환류세를 추가로 내는 비율이 가장 높다.

기재부는 국회에서 세법 개정안이 심의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자산 상위 기업에서도 기업소득 환류세를 추가로 부담할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며 “아직 기업소득환류세 관련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아 시뮬레이션 결과를 직접 제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투자와 배당, 임금 증가 등이 도달해야 할 기준선의 범위를 60~80%로만 설정하고, 구체적인 수치는 추후 시행령을 통해 규정하기로 했다. 기준선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소득환류세에 따른 기업의 부담 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투자의 범위를 어느 수준까지 잡느냐에 따라 실제 기업소득환류세 부담 과정에서 상당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투자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과세 소득을 어떤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며 “예정처로부터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게 된 기초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