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 평가는
수사단계로만 보면 낙제점수
불송치 이유몰라…핑퐁게임 돼
공수처 ‘폐지론’ 전문성 부족때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으로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이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재판을 통해 유무죄가 나와봐야 되겠지만, 현재 수사 단계에서만 본다면 낙제 점수”라고 지난 1년을 평가했다.
18일 성북구 서경대 연구실에서 만난 정 회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가장 큰 변화이자 문제점으로 ▷고소·고발 접수의 어려움 ▷불송치 사유를 알기 어려움 ▷사건 처리 지연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시민들이 형사사법 제도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동시에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라는 설명이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만 직접수사 하고, 그 외 사건은 경찰이 맡고 있다. 또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 경찰에 수사지휘를 할 수 없고, 경찰은 불송치로 사건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자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 정 회장은 “검찰에 고소·고발하는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일반적인 고소·고발사건이 경찰에 몰리게 됐고, 결국 고소·고발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체 피고소·고발 인원은 74만3290명이었으나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난해 피고소·고발 인원은 35만7600명으로 절반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치에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고소·고발이 대폭 줄어든 점이 통계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실제 고소·고발이 어려워졌다는 점이 확인된다.
정 회장은 “경찰이 불송치 결정하는 경우 이유를 몇 줄 적지 않는다”며 “고소인 입장에서는 무엇 때문에 이 사건을 불송치 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제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순간 검사의 자기 사건은 사라져 미제가 아닌 것이 되고, 넘겨받은 경찰은 이 사건을 언제까지 수사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한마디로 사건 수사의 주체가 사라지고 ‘핑퐁게임’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사건 종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이런 부분들이 국민들과 현장의 변호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점”이라고 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지면서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맡게 된 경찰 수사의 사법적 통제가 어려워진 부분은 국가기관 작용상의 문제점이라고 강조했다. 수사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형사사건 수사라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행위인데 이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1차 수사기관에 대해서는 사법적 통제를 해야지만 남용이 안 된다”며 “검찰이 가장 비판받았던 것도 종래의 특수수사, 인지수사에 사법적 통제가 없었기 때문인데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검사 수사지휘를 없애면서 사법 통제가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및 관련 법령 개정과 관련해 학회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법 개정을 주도한 법무부에서 관련 의견을 청취한 적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공수처 제도 전문가이기도 한 정 회장은 출범 1년새 폐지론이 거론되는 공수처를 두고 “우수 자원을 선발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공수처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고, 전문성 부족이 수사력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장 임명 단계에서부터 야당 추천 풀을 더 늘려 정치적으로 더 독립적인 처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일선 검사들도 전문성 있는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공수처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본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재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청와대의 인사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청와대에서 평검사를 포함한 모든 검사 인사를 한다든지 하는 점에 우리 제도의 큰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며 “독점적 검찰 인사권에 대한 개선 없이는 어떤 개혁도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든 공수처든 경찰이든 인사의 몫은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며 “인사를 위한 별도 기구를 만들든가 하는 방식으로 인사 공정성·공평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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