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서울 아파트 14건 중 9건 유찰

낙찰가격도 감정가 보다 낮아져

낙찰가율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100% 하회

불붙던 경매도 식는다…서울 아파트 경매 이례적 유찰 행렬 [부동산360]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지난 8일 서울북부지법에서는 성북구 정릉동 정릉e편한세상(전용면적 85㎡)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다. 입찰 최저가는 감정가인 8억2000만원으로 지난달 거래가격(9억2000만원)보다 1억원 낮았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전날인 7일 서울중앙지법에 나온 강남구 역삼동 래미안그레이튼(전용 142㎡)도 유찰됐다. 올해 4월 거래가격(31억원)보다 낮은 29억800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내년 1월 23억8400만원에 다시 경매대에 오르게 됐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10월까지만 해도 응찰자가 대거 몰리면서 고가 낙찰이 줄이었지만 최근 들어 유찰 사례가 속출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의 여파로 시장 관망세가 짙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 매수심리가 쪼그라들면서 매매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2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진행된 서울 아파트 경매는 총 14건으로 이 가운데 9건이 유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은 35.7%다. 지난달 62.2%의 낙찰률로 올해 최저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또다시 급감했다. 연내 경매 예정 물건이 20건 넘게 남아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낙찰률이 70%를 웃돌던 10월 이전의 분위기로 반전되긴 어려워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올해 불장 양상을 보였던 경매시장은 지난달부터 관망세로 돌아섰다. 응찰자 수는 급감했고 고공 행진하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선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낙찰 사례를 보더라도 응찰자 1명이 단독 응찰하거나 서너 명이 경쟁해 따낸 경우가 다수였다. 올여름 평균 응찰자수가 7~8명이었던 것과 사뭇 다르다. 낙찰가율도 주춤하는 추세다. 이달 낙찰된 5건의 평균 낙찰가율은 96.9%다. 한 차례 유찰됐던 물건이 이번에 낙찰되면서 평균이 100% 선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지난해 5월 95.9%를 기록한 이후 줄곧 100%를 상회했으며 10월에는 119.9%까지 치솟은 바 있다.

업계는 대출규제로 돈줄이 막히면서 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고 분석한다. 경매물건을 담보로 받는 경락잔금대출도 주택담보대출의 일종이어서 정부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입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된 데다 거래절벽 심화로 매매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는 영향도 크다. 그간 경매시장에 수요가 몰렸던 가장 큰 이유인 매매시장의 매물 부족과 가격 급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 앞서 언급한 정릉e편한세상의 경우 매매 호가가 8억4000만원선까지 떨어졌다. 감정가보다 2000만원 높은 가격으로 각종 부대비용까지 고려하면 경매의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시장이 지난달부터 관망세로 돌아섰는데 대출 규제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대출규제가 내년에도 강화될 것으로 예고돼 있어 당분간 관망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매매시장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의 유입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선임연구원은 “최근 응찰자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낙찰가율이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실수요자의 경매 참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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