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불확실성 최고조
원자재 공급난 산업 전반 확산
수출 주력 100곳 영업익 5.9%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각종 원자재 공급난(쇼티지)까지 국내 산업계를 덮치면서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6면
작년 말 반도체에서 시작한 수급난은 올해 들어 철광석·요소수 등으로 번지며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전기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희귀광물을 둘러싼 국가 간, 기업 간 확보전이 치열해 언제든 공급난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2개 수출 주력업종의 100개사는 올해 원자재 구매가격 급등으로 영업이익이 평균 5.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물류대란으로 수출 선박을 구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수출 기업들의 경영시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장 반도체 수급난은 스마트폰과 가전을 넘어 자동차 업계의 생산 중단을 촉발했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로 올해 판매 전망을 기존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낮췄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2023년 이후에나 자동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장쑤성 공장 첨단화 계획에 반대 입장을 시사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여파로 자칫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에 이어 다음 ‘쇼티지 지뢰밭’으로는 배터리가 거론된다.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광물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광물의 경우 이미 중국이 채굴, 가공까지 나서며 공급망을 장악한 상황이다. 최근 중국의 요소 수출규제가 국내 요소수 대란을 촉발하며 물류업계를 혼돈으로 몰아넣은 것처럼 배터리 원자재 역시 같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공급난이 업종을 막론하고 속출하면서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돌발 변수가 속출하면서 한 해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이 예년에 비해 많이 늦어지고 있다”며 “당초 예상에서 벗어난 경영 환경이 매년 펼쳐지고 있다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한국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아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원자재 수입관세를 인하해 생산자 물가를 안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외자원 개발 지원 등을 통해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