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원합의체 선고 초미관심

피의자 참관 없이 찾은 증거 쟁점

동양대 PC 조교가 임의 제출

‘위법’ 주장 정경심 재판과도 겹쳐

대검 대변인 공용폰과도 맞물려

수사기관이 임의제출물을 피의자 참여권 보장 없이 탐색해 또 다른 범죄를 발견한 경우,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18일 나온다. 특히 천대엽 대법관이 이번 전원합의체 주심과 정경심 전 교수의 상고심 재판부의 주심이라는 점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정경심 전 교수의 상고심에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 [연합]
수사기관이 임의제출물을 피의자 참여권 보장 없이 탐색해 또 다른 범죄를 발견한 경우,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18일 나온다. 특히 천대엽 대법관이 이번 전원합의체 주심과 정경심 전 교수의 상고심 재판부의 주심이라는 점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정경심 전 교수의 상고심에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 [연합]

수사기관이 임의제출물을 피의자 참여권 보장 없이 탐색해 또 다른 범죄를 발견한 경우,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온다. 표창장 위조 파일이 담긴 컴퓨터를 증거물로 쓰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8일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을 연다. 이번 재판에선 임의제출된 저장매체 탐색 과정에서의 피의자 참여권 보장 필요 여부와, 피의자 참관 없이 발견된 다른 범죄나 동종 범죄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학교수 A씨는 2014년 12월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해 누워 있던 피해자 B씨의 신체를 촬영하다 들켰다. 이후 B씨는 현장에서 빼앗은 A씨의 휴대전화 2대를 경찰에 임의제출 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한 대에서 B씨가 찍힌 사진 등을 확보한 후, A씨의 참여 의사 등을 확인하지 않고 나머지 휴대전화를 탐색하다 1년 전 다른 제자들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고 출력했다. 검찰은 이를 증거로 B씨 사건과 1년 전 사건 모두 기소했다.

1심은 A씨의 모든 범죄 사실을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B씨 관련 범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B씨 이전 피해자들에 대한 범죄 증거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우연히 발견한 다른 피해자에 대한 범행에 관해 더 이상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해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며 “경찰이 A씨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등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증거를 수집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상고심을 앞둔 정 전 교수의 사건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표창장 직인 파일 등 서류들을 위조한 증거가 발견된 동양대 PC는 동양대 조교가 검찰에 임의제출 했다. 당시 검찰은 정 전 교수 등에게 압수 사실을 알리거나 포렌식 동의를 받지 않았고, 정 전 교수 측은 이를 두고 ‘위법 수집 증거’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임의 제출 당시 소유자를 알 수 없던 상황으로, 동의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맞선다. 또한 정 전 교수 측은 PC를 제출한 사람이 동양대 조교와 정 전 교수의 프라이빗뱅커(PB)인 김경록 씨로, PC를 임시보관하는 지위에 있던 이들에게 임의제출 받은 PC는 증거로 쓰일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법원은 1, 2심 모두 “물건 보관자의 동의를 거쳐 문제가 없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또한 이번 쟁점은 최근 논란이 된 ‘대검 대변인 공용폰 임의제출 논란’과도 맞닿은 부분이 있다. 대검 감찰부는 전임 대변인들과 현 대변인이 사용하던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당사자인 권순정 전 대검 대변인(현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의 참관 없이 정보를 추출했다. 이후 현재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가 압수수색을 통해 이를 가져갔다. 권 전 대변인은 “업무용 휴대폰을 영장 없이 압수하고, 전임 대변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몰래 포렌식 한 감찰부의 조치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형사소송법 전문가인 김정철 변호사는 “임의제출물은 참여권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참여 절차를 보장 안 해주고, 동양대 PC에서 혐의와 관련 없는 걸 뽑았다면 문제가 발생할 순 있다”면서도 “임의제출 주체는 (조교든 PB든 상관없이) 보관자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검이 임의제출물 압수를 해서 다른 수사기관인 공수처에 인계해 주는 형식은 영장주의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것”이라며 “공용폰이랑은 상관없다. 압수는 누구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압수된 물건에 범행 사실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으면, 그 당사자인 정보 주체의 참여권이나 권리는 다 보장돼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기자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