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대통령 초강경 발언

러시아산 가스관 지나는 경유국

폴란드, 난민사태 관련 국경폐쇄

러는 이틀간 EU 겨냥 폭격기 훈련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 모인 중동 출신 난민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폴란드 쪽으로 넘어가려다 폴란드 군 병력이 쏘는 최루탄을 맞고 있다. 난민 문제는 유럽연합(EU)이 벨라루스에 대해 잇따른 제재를 가하자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평가가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국경 경비를 하지 않겠다고 해 심화했다. 수천명의 중동 난민이 유입하는 걸 원치 않는 EU와 미국은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판단한다. 양측의 갈등이 또 다른 냉전을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PA]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 모인 중동 출신 난민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폴란드 쪽으로 넘어가려다 폴란드 군 병력이 쏘는 최루탄을 맞고 있다. 난민 문제는 유럽연합(EU)이 벨라루스에 대해 잇따른 제재를 가하자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평가가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국경 경비를 하지 않겠다고 해 심화했다. 수천명의 중동 난민이 유입하는 걸 원치 않는 EU와 미국은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판단한다. 양측의 갈등이 또 다른 냉전을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PA]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 난민 사태의 책임을 자국에 돌리는 유럽연합(EU)을 향해 “가스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나르는 가스관이 지나가는 경유국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발언이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틀 연속 벨라루스 상공에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 훈련을 실시하며 EU를 겨냥한 무력 시위를 벌여 벨라루스 지원 의사를 드러냈다.

벨라루스 국영 통신사 벨타(BelTA)·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에서 “우리는 유럽에 난방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들은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한다”며 “우리가 천연가스를 차단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로만 골로프첸 총리에게 “EU가 새 제재를 부과하면 당신은 절대 그들을 용서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위협은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 난민 사태와 관련해 폴란드가 벨라루스에 접한 국경을 전면 폐쇄하고, EU는 이르면 다음주 벨라루스 대상 추가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나온 것이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의 난민 위기는 지난 8일 절정에 달했다. 여성·아동이 포함된 중동 출신 수천명이 국경을 넘으려 하자 폴란드 측은 입국할 수 없다며 병력 1만2000명을 배치했고, 벨라루스 국경 수비대는 난민이 되돌아 오는 걸 막아버렸다.

벨라루스와 유럽 접경 지역의 난민 위기는 6월부터 시작했다. EU가 6월 2일 언론 탄압 등을 하는 벨라루스에 대한 네번째 제재를 부과했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국경 경비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가스 공급 차단 위협 영향으로 이날 네덜란드 선물 거래소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3% 이상 오르다 하락 반전했다고 WP는 적었다.

앞서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이 지난 9일 유럽 저장소에 가스를 재충전하기 시작했다고 밝혀 에너지 대란을 겪는 유럽이 한숨 돌리나 했는데 상황이 불투명해졌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35%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노르트스트림1(발트해 경유·용량 550억㎥), 터키를 경유하는 투르크스트림(310억㎥)과 블루스트림(160억㎥), 야말-유럽 파이프라인(벨라루스와 폴란드 경유·용량 329억㎥)를 통해서다.

로이터는 벨라루스 가스관을 통해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을 경유하는 러시아산 가스량이 이날 전날 대비 반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 대치 상태를 끝내도록 루카셴코 대통령을 압박하라고 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그런 역할을 회피한 걸로 파악된다. 크렘린의 성명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EU는 문제를 풀기 위해 벨라루스와 연락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1994년 집권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여전히 정치적 생명선이며, 크렘린의 지지로 인해 루카셴코 대통령이 대담해 보인다고 WP는 지적했다. 옛 소련권 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에 함께 속한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9년 별도의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체결하고 국가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