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약도 극과극

이재명 ‘전환적 공정 성장’...국가 재정확대

윤석열 ‘민간주도’...국가채무 확대엔 경계

李 중도 거시경제학자·尹 관료 출신 영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맞대결로 20대 대선구도가 확정됐다. 두 후보의 경제 공약은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 기조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철학으로 정부 역할 확대가 정책의 큰 기조라면, 윤 후보는 기업의 성장을 통한 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큰 정부론’과 ‘작은 정부론’의 대결이다. 정책 입안 좌장 역할도 이 후보는 중도 성향의 거시경제학자를, 윤 후보는 실무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를 각각 영입했다.

▶李 ‘억강부약’ vs 尹 ‘민간 주도’=이 후보의 철학은 억강부약이다. 이는 경제 공약에도 반영된다. 강한 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다는 이 후보의 지론은 ‘전환적 공정성장’을 경제정책 기조로 제시한 배경이다. ‘성장이냐 분배냐’가 진보·보수 정부가 각각 지향해온 전통적인 구분법이었다면, 이 후보는 경제 공약 중심에 성장을 올려뒀다. 대신 ‘공정한 성장’을 기조로 국가 자원 배분을 효율화하고, 발 빠른 산업 전환을 통해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루겠다는 것이 이 후보의 경제정책 노선이다.

이 후보의 국가 재정정책 경향도 ‘큰 정부’를 지향한다. 큰 정부 유지를 위한 재원 마련에서도 이 후보는 증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증세 항목은 크게 세 가지로,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탄소세·로봇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관련 세수 증대를 통해 이 후보는 임기 안에 전 국민에게 1인당 연 100만원(4인 가구 400만원)을 소멸성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급하고 청년에게 추가로 100만원을 더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반해 윤 후보 경제정책의 핵심엔 ‘작은 정부론’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돈을 버는 것은 민간의 영역이고 일자리 창출 역시 민간이 담당하는 맞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일자리 국가 개입 범위가 커질수록 민간 자율성을 해친다는 전통적 성장론이 윤 후보 경제정책의 철학적 근간이다. 윤 후보는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발굴 육성해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대통령 당선 즉시 80여개 대표 규제 철폐도 약속했다.

윤 후보의 경제정책의 근간은 민간 주도다. 국가 개입 최소화로 민간이 만드는 양질의 일자리를 곧 경제성장의 핵심이 되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규제 혁신과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으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규제영향 분석 전담기구를 만들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며, 노사관계 역시 지속 가능한 고용을 보장하되 노동 양극화 해소에는 앞장서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경계한다. 윤 후보는 “1000조원 넘는 국가채무는 미래 약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후보는 또 “성장을 해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복지에 쓸 곳간도 채워진다”며 “모두가 경쟁의 승리자가 될 수는 없는 만큼 진짜 약자,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李 ‘중도 경제학자’vs 尹 ‘정통 관료’=이 후보와 윤 후보의 경제정책 좌장의 색깔도 분명히 갈린다. 이 후보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를 최근 ‘전환적공정성장전략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하 교수는 한국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중도 성향의 거시경제학자로, ‘창조적 파괴’로 유명한 혁신론자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이론을 학위논문으로 써낸 바 있다. 이 후보는 하 교수가 기고한 글을 읽은 뒤 직접 연락해 영입이 성사된 것으로도 알려진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 캠프에 영입된 인물이다. 최 교수는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국가 재정지출 확대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가계부채를 국가 부담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 등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윤 후보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경제사령탑으로 영입했다. 기재부와 금융위를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인 이 전 실장은 윤 후보 캠프가 영입한 1호 인물로 캠프 정책총괄간사를 맡고 있다. 다만 이 전 실장은 캠프 합류 때부터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어,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윤 후보의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을 경우 교체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국 예일대 박사 출신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윤 후보 캠프에서 주요 경제정책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국제금융정책전문가인 김 교수는 현금성 복지와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정책 등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이외에도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상임경제특보를 맡은 나성린 전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윤 후보에 경제정책 자문을 하는 데 손색이 없는 인물로 평가된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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