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1차 시험발사가 비록 100%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꽤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 장면을 직접 지켜보면서 내내 가슴을 졸였고, 특히 3단 추진체가 분리됐을 때에는 거의 99% 성공했다는 판단에 감격의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었다. 10년이 넘는 긴 기간 수많은 크고 작은 실패와 난관을 해결하면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왔을 연구진의 땀과 열정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이제는 여기까지 발전했다는 것에 대한 깊은 감동도 있었다.
우주 연구·개발을 시작한 지 30년밖에 되지 않은 나라에서 우주발사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은 괄목할 만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주개발, 우주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주기술 개발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지만 우주기술 개발은 또 다른 의미가 있기도 한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우주개발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이가 의문을 가질 때, 일론 머스크의 멘토로 유명한 로버트 주브린 화성협회장은 아폴로 프로젝트 사례를 이야기한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 이후 미국에는 과학 전공자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이들이 자라 실리콘밸리의 IT혁명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미국의 뛰어난 과학기술력과 인재들은 도전적인 미국의 우주개발 기술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폴로 프로젝트가 미국의 많은 청년에게 과학자의 꿈을 꾸게 한 것처럼 이번 누리호 발사를 지켜본 우리 청소년의 가슴에도 과학자라는 꿈의 씨앗이 심어지지 않았을까.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라는 말이 사회적 이슈였다. 대한민국을 이렇게 선진국까지 도달하게 한 주요 동력이 과학기술인데도 인재들이 이공계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하지만 2020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희망직업 순위에서는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과학자의 노력을 지켜본 때문인지 ‘생명·자연과학자 및 연구원’이 2019년의 6위에서 2020년에는 3위로 올라섰다. 이 외에도 ‘컴퓨터공학자, 소프트웨어개발자’는 7위, ‘화학공학자 및 연구원’은 16위, ‘기계·자동차공학자 및 연구원’은 19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과학기술로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려는 과학기술자들의 노력과 성과가 우리 청소년이 꿈을 키우게 하는 밑거름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도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대규모 은퇴를 맞게 돼 어떻게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중요한 힌트라 할 수 있다.
아폴로 프로젝트가 미국의 IT혁명으로 이어진 것처럼 KIST, ETRI 등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원에서 훌륭한 성과들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자연스럽게 뛰어난 인재들이 출연연으로 유입되고, 그 인재들이 또 다른 성과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향기 나는 꽃에 벌과 나비가 든다’는 말이 있다. 날아든 벌과 나비 덕에 새로운 꽃이 피어난다. 우리 출연(연)으로 좋은 인재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우리만의 향기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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