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투표·의결 거친 예산안 막판 46% 삭감
“시민투표·의결 거쳐도…서울시 손에 달린 결정권”
예산안 삭감, 막판 아닌 협의조정 단계서 확대해야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서울시가 청년자율예산제를 통해 청년층이 직접 제안한 정책 예산을 막바지 단계에서 대폭 삭감했다. 최근 앞다퉈 청년정책을 내놓고 있는 서울시가 정작 청년층의 목소리를 직접 정책으로 반영하는 소통 창구는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년자율예산제는 청년 시민위원들이 다음 해 서울시 예산편성에 반영되는 사업을 직접 제안하는제도다. 시장의 권한인 예산편성권한을 청년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이양하고, 차년도 예산편성 기회를 보장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 청년시민위원들 사이에선 서울시가 청년자율예산제를 통해 3단계 조정과정을 거쳐 제출된 예산을 막판에 46% 삭감해 청년 정책의 당사자인 해당 기구의 의결 결과를 무력화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년을 위한 서울시를 표방하면서 정작 당사자가 직접 참여한 의결 절차와 결과는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이달 초 청년자율예산제 예산조정과정에서 중복 등 이유로 1인 가구 지원 정책(78%), 청년 마음건강 지원 정책(43%), 자치구 청년 참여기구 및 정책 추진 지원 예산(41%), 기후위기 대응정책(100%) 등 총 11개 안건을 46% 삭감했다. 서울시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 등에서다.
청년자율예산제 위원을 대표하는 김지선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달 초 서울시가 청년 자율기구를 통해 의결까지 한 사항을 막판에 손바닥 뒤집듯 삭감한 사황은 숙의 민주주의를 위해 도입된 청년자율예산제의 근본을 무색하게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청년자율예산제 의결 사항에 서울시의회와 같은 강제력은 없지만, 최소한의 존중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 따르면 예산이 삭감된 해당 11개 안건은 서울시민회와 관련 부서, 예산과와 협의 조정을 거쳐 1차 선별한 안건들이다. 최초 76개 안건을 협의조정 과정에서 11개로 최소화 하고, 시민 6399명이 참여한 시민투표와 시민회의 의결을 추가로 거친 뒤, 최종적으로 서울시에 제출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이에 예산조정이 시민투표와 의결 과정에 선행하지 않고, 서울시에 의해 마지막 단계에 결정되는 상황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협의 과정 중에 예산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상황은 자연스럽다”면서도 “청년자율예산제를 통해 의결까지 거친 예산에 대해선 최대한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협의과정에서는 예산과와 초기단계부터 긴밀하게 협의하고 싶다”며 “조정이 필요하다면 의결 단계 이전에 협의해서 반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청년자율예산제 프로세스는 3·4월에 정책의제를 도입해, 4·5월에 사업계획을 논의 한뒤 6·7월에 사업부서 협의와 예산안 조정을 거친다. 이를 바탕으로 8월에 시민투표를 통해 예산을 확정한다. 확정된 예산안의 경우, 시의회 의결 사항과 달리 강제력은 없다.
한편 청년자율예산제 시민위원들은 대다수 학생과 직장인으로 구성돼 있다. 일과시간 이후 혹은 주말에 시간을 내서 무보수로 참여하는 중인 조직으로, 최근 지원금 논란이 일었던 시민단체와 무관한 곳이다.
kace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