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0·26 가계대출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이미 잡아 놨던 대출 규제 시행 일정을 앞당기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더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를 위협할 최대 잠재 요인이란 진단도 내놨다. 다른 한쪽에서는 은행과 금융회사들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와 자산시장 팽창 덕분이다. 이자이익이 핵심이다. 싸게 조달해 비싸게 빌려주는 구조의 이자이익이 핵심이다.
금융위는 이번 대책을 내놓으면서 우리 사회가 대출받기 너무 쉽다고 꼬집었다. 소득 범위 내에서 빌리는 관행을 강조했다. 필요 없는 사람들에 과잉 대출이 나가지 말아야 된다고도 했다.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정부 관계자가 언급한 게 마음에 걸린다.
지난 정부 후반부터, 이 정부 들어서는 계속 집값이 올랐다. 대출 없이 원하는 곳에 집을 사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집을 사려고, 오른 집값에 덩달아 뛴 전세보증금 마련하려고 빚을 냈다. 주가와 가상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집 장만에 필요한 목돈을 벌겠다고도 빚을 냈다. 얼마나 차입이 가능한지로 경제적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필요로 따지면 많이 빌리는 것을 막겠다는 접근이다. 문제는 필요만큼 빌리지 못하는 경우다. 충분히 빌리기 어려우면 빌려주는 쪽에서 불리한 조건을 붙여도 받아들여야 한다. 규제로 수요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필요 여부는 수요자가 판단할 부분이다. 빌려 주는 쪽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게 옳지 않을까? 금융의 자율성과 창의성에도 그게 나아 보인다.
금융위는 빚이 많은 이들만 추가 대출이 어려워 질 뿐 실수요자는 소득범위 내에는 충분한 대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총 대출 2억원 초과’기준 DSR 적용 대상은 전체 차주 대비 13.2%에 불과하다고도 소개했다. 그런데 이 기준은 내년 6월까지다. 그 이후에는 ‘1억원 초과’로 다시 강화된다. 집값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기준도 사라진다. 7월 이후 규제에는 전체 차주의 29.8%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금융위 추정이다. 하지만 그 때가 되면 그 보다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2억원과 기준 적용에 앞서 선제적으로 돈을 빌리려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고, 이는 1억원 초과자의 숫자를 늘릴 요인이 될 수 있다.
금융위는 대책 관련설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차주가 스스로 금리 변동 위험을 이해하고, 금융권도 차주들이 상환 부담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게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획일적으로 할 사안은 아니다”고 한 부분이다. 아주 정확한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대응은 이 지적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획일적’ 총량관리로 일부 대출 중단 사태를 초래했다. 금융은 경제의 혈관이다. 흐름이 잘못됐다면 강제로 막기보다는 지나침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흐름을 바꿔주는 게 옳다. 획일적 기준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잠시 묶어둘 수 있겠지만 상당수 국민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글로벌 흐름은 물론 우리의 경제·사회적 구조와도 맞물린 사안이다. 좀 더 큰 그림에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부동산 정책을 답습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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