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200량 국제입찰 앞두고…中 CNR · CSR 제작 현장 가보니

中업체 제작 전과정 이례적 공개 자신감·한국시장 진출 의지 표출…아프리카이어 미국까지 수출 성공 1량당 1억差일땐 혈세 200억 절감…무조건 국내업체만 보호 ‘딜레마’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연내 전동차 200량을 구입할 방침을 세우자 중국 업체가 한국상륙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독점업체인 현대로템은 시장을 지키기위해 가격경쟁력 확보보다는 국내산업 보호라는 명분으로 호소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노후된 전동차를 교체하기 위해 연내 200량을 발주하고 2016년에 220량, 2018년에 200량을 발주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원 가까이 되는 대규모 발주다. 잇따라 발주되는 이번 수주를 위해 한국업체와 중국업체가 기선잡기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세계 전동차시장 1ㆍ2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북차(CNR)와 중국남차(CSR)의 제작과정과 운영실태를 살피기 위해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중국업체를 시찰했다.

이와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서울메트로가 구입하는 전동차는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국제입찰을 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한국 전동차제작업체인 현대로템은 사활을 건 한판승부를 피할수 없게 됐다. 게다가 지난 10일 한ㆍ중 FTA타결로 중국 전동차가 서울 지하철을 누빌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CNR관계자들이 자사의 현황을 시찰단에게 설명하고 고속철, 전동차 제작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CNR관계자들이 자사의 현황을 시찰단에게 설명하고 고속철, 전동차 제작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존재 조차 제대로 모르다 세계시장을 잠식하며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고속철ㆍ전동차 제조업체의 실태를 보고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니 현장에서는 전율이 일었다. 두회사는 이례적으로 모든 제작과정을 공개했다. 공개의 의미는 자신감과 한국시장 진출로 보였다.

CNR은 1954년 중국 내수 철도를 위해 ‘장춘기차’로 설립돼 세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차곡 차곡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해온 ‘장춘기차’는 2002년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CSR 분리, 쌍두마차 체제로 세계시장을 잠식해 왔다.

약 36조원에 이르는 자국 철도산업을 기반으로 형제 회사는 기술을 축적한 뒤 세계시장으로 진출했다. 세계시장에서도 실력으로 싸워왔다. 그 결과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졌으며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 두회사는 세계시장을 빠르게 잠식해왔다. 아프리카 지역 철도는 모두 중국산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후진국 뿐 아니라 선진국들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보스턴에 5억7000만 달러(약6019억 원) 규모의 전동차를 수출했다.

중국 칭타오(청도)에 있는 CSR은 본사와 공장 연구소 부지가 한곳에 모여 있으며 규모는 180만㎡에 달한다. 공장 외곽엔 생산한 차량들을 시험운행할 수 있는 궤도가 설치돼 있다. 순환선을 시험할 수 있도록 본사를 에워싸고 있었으며 이와 별도로 직선구간도 1.2㎞에 달하는 궤도도 설치 돼 있다.

제작 현장의 열기는 후끈했다. 컴퓨터 용접기 수십대가 지속적으로 불꽃과 연기를 내고 있었으며 거대한 부품들이 차곡 차곡 조립되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이 자동화 되어 있으며 특히 용접부분은 초음파, X-레이로 확인한다. CSR의 형격인 CNR의 규모는 더 컸다.

직원들의 열정과 자부심도 말끝마다 묻어났다. 현대로템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자존심 상해 했다.

“기술이요. 우리는 연간 고속철과 전동차 등을 약 7만5000대(CNR 4만대) 가까이 생산합니다. 현대로템은 고작 800대나 생산하나요?” CNR 해외사업본부장의 말이다.

시찰단은 순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CNR은 서울메트로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부품 사용 비율을 비롯해 추후 부품 공급시간등 대부분을 양보해서라도 수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준비도 철저했다. 현대로템 현상황 뿐아니라 국내 전동차 시장, 서울메트로 상황 그리고 서울의 반응까지 일일이 꿰고 있었다. 단 이번 시찰이 그냥 들러리 세우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국에서는 이번 입찰이 국제입찰이 되면 중국업체가 저가로 들어와 현대로템을 죽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하고 있다는 질문엔 단호히 손실 보고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CNR관계자는 현대로템과의 가장 큰 차이는 인건비임을 강조했다. CNR 직원 평균 연봉은 1900만원 정도. 그러나 현대로템의 평균 연봉은 9000만원 수준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1999년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등 3사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통합출범했다. 그러나 현대로템은 통합후 구조조정도 사무직들만 하는 등 혁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해외사업 진출에 대한 노력과 성과도 있었지만 국내 운영업체 입장에서 보면 국내시장 독점체제 유지에 더 힘을 쓴것 처럼 보인다.

현대로템은 국내시장에서 독점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전동차를 자체제작에 나서자 시의원들에게 로비해 전동차를 제작하지 못하게 조례를 바꿔 버리기도 했다. 또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전동차 제작에 참여하는 중소부품업체를 공급업체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다.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독점사인 현대로템의 비싼가격, 부품조달 지연 등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 전동차 제작에 나서 56량을 제작해 지금도 무난히 운행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조례개정이후 제작에서는 손을 뗀 상황으로 지금도 아쉬워 하고 있다.

4년이 지난후 지금 현대로템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시장 개방에 발목시 잡혀 국내산업 보호 또는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경호 서울시 교통본부장은 “국민 혈세로 구입하는 전동차인 만큼 현대로템이 과거에 하던 방식을 벗어나 가격을 낮추고 독점사의 횡포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도 고민에 빠졌다. 독점 횡포를 부려온 현대로템을 그래도 국내산업이라고 시민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냐는 것이다. 1량당 가격차가 1억만 해도 이번 입찰에서 200억원의 세금이 더 들어가야 한다.

이번 시찰단은 서울메트로 임직원, 철도관련 교수, 서울시의회 의원, 철도연구기관 박사 등이 참여했다.

그들의 얼굴은 한국 철도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전부 어두웠다. 그들 모두는 눈으로 본것 대로 한다면 당연히 현대로템을 버려야 하지만 국내산업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현대로템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것인가 아니면 이번에 현대로템이 뼛속부터 개혁할수 있는 고배를 줄것인가하는….

이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