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여자중고등학교 수능 만학도들 시험 직전까지 열공 -82세 최고령 수능생 할머니 “시험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입학 이후 지금까지 내 나이를 생각하며 공부해 본 적이 없다. 여고생으로 돌아가 열심히 수능 공부도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올해 수능을 치는 82세 조희옥 할머니(왼쪽)와 다른 노령의 수능 응시생들이 11일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실에서 수능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올해 수능을 치는 82세 조희옥 할머니(왼쪽)와 다른 노령의 수능 응시생들이 11일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실에서 수능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최고령 수험생 조희옥(82) 할머니. 최고령 수험생 조희옥(82) 할머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하루 앞둔 12일에 만난 최고령 수험생 조희옥(82)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011년 ‘중학교 졸업장만 받자’고 시작한 공부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대학 수시 원서를 접수하고 수능 시험까지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조 할머니는 “아무것도 아닌 내가 수능 시험을 본다고 정말 많은 분들께 응원을 받았다”며 “시험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인 여성 전문 평생교육기관 일성여자중ㆍ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48명의 고3 학생들이 13일의 수능에 도전한다. ‘고3 학생’이라지만 이들의 평균 나이는 60세 남짓. 만 18세 일반 고3 학생들의 3배가 넘는다. 19세부터 최고령 수험생인 82세까지, 모두 뒤늦게 공부 삼매경에 빠진 만학도들이다.
그래도 엄연한 고3 수험생이다. 학교 특성상 일반 고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능 비중은 낮지만, 고3에 진입하면 너나할 것 없이 수능 대비에 돌입한다. 지난 6월 모의고사와 9월 모의고사도 빠짐없이 봤다. 이날도 책상 위에 교과서와 함께 EBS 수능 교재를 함께 펼쳐놨다. 일부 만학도들은 ‘며느리가 시험 잘 보라고 준 떡’이라며 가래떡을 나눴다.
수능을 앞둔 이들 학생들의 열정은 ‘어린 친구들’ 못지 않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충남 당진에서 왕복 6시간씩 등교를 하는 정순정(63ㆍ여) 씨가 있는가 하면, 경기 안산 대부도에서 오는 김태자(67ㆍ여) 씨도 있다.
김 씨는 “가사일을 하느라 집에서는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다”며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하는 게 전부”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김 씨는 “경영학과에 입학해 사업하는 남편을 돕고 싶다”고 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올해 수능을 치는 82세 조희옥 할머니(앞줄 왼쪽)와 다른 노령의 수능 응시생들이 11일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실에서 수능 시험 준비를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올해 수능을 치는 82세 조희옥 할머니(앞줄 왼쪽)와 다른 노령의 수능 응시생들이 11일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실에서 수능 시험 준비를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학교 측도 정규수업 외 일반수능 1등급 대비반, 수능영어수업 등 일반 고교와 다를 바 없는 수능대비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다.
3학년 6반 담임을 맡고 있는 김상현(38) 씨는 “평균적으로 점수가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문 과목에서 만큼은 2등급을 받은 분도 있다”며 “이번 수능에서는 꼭 1등급을 받는 학생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열의를 따라주지 못하는 점수다. 하루가 다르게 희미해져가는 기억력도 암기가 필수인 수험생의 발목을 잡는다. 어떨땐 ‘잘 굴리고 잘 찍는 기술’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영어 교과를 가르치는 이정순(37ㆍ여) 씨는 “기둥(?)을 세우는 건 시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수능 날 아침에 가족들한테 ‘1부터 5 중 어떤 숫자가 좋냐’고 물어보라고 했다”며 “잘 찍는 법을 알려주는 건 기본”이라고 웃음 섞인 농담을 건넸다. 이어 그는 “고3 학생들도 힘들어하는 수능 영어를 어르신들께 가르치는 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며 “본문 내 주제를 찾는 법 등 스킬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상현 씨는 수능 전 마지막 한문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말 가는 곳에 소도 간다’는 의미의 ‘마행처우역거(馬行處牛亦去)’를 가르쳤다. 그는 “남이 할 수 있는 일이면 나도 한다”며 “꾸준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고 기운을 북돋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