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들

현존하는 최대 소형탑 ‘국보 금동대탑’

1000억원 대의 자코메티 ‘거대한 여인 Ⅲ’

이불의 기이한 세계 ‘몬스터:블랙’

‘압도적 자태’ 론 뮤익의 ‘마스크II’

현대미술 상설전 [리움미술관 제공]
현대미술 상설전 [리움미술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삼성미술관 리움이 재개관을 통해 보여준 세 개의 전시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 미술관 ‘리움의 명성’을 입증한다.

‘세기의 기증전’으로 불린 ‘이건희 컬렉션’의 모태가 된 이곳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수집품 2만 3000여 점이 국공립 기관에 기증된 이후 더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새단장한 리움에선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수집한 미술품을 국민과 함께 즐기기 위해 국가에 기증”한 고(故) 이건희 회장과 유족들의 뜻을 이어받아 무료로 전환됐다. 4년여 만에 문을 연 기획전도 올 연말까지 무료다.

리움의 신고식은 화려하다. 전시의 규모가 압도적이다. 리움 관계자는 “상설전은 2014년 ‘교감전’ 이후 새로운 주제로 전면 개편했고, 지금까지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고 귀띔했다. 리움미술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들을 소개한다.

고미술 상설전에 전시된 국보 금동대탑 [리움미술관 제공]
고미술 상설전에 전시된 국보 금동대탑 [리움미술관 제공]

■ 현존 ‘최대’ 국보 금동대탑

기존의 고미술 장르를 확장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고미술 상설전에선 총 160점의 작품 중 국보 6점과 보물 4점을 만날 수 있다. 그 중 고려 10~11세기 유물인 국보 ‘금동대탑’은 현존하는 소형탑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보통의 금동탑은 20~30㎝이지만, 금동대탑은 155㎝나 된다. 작품은 고려시대 목조탑 양식을 모방했다. 고려 때의 탑 제작 전통에 따라 기단을 2층으로 만든 후 탑신을 두고 상륜부를 올렸다. 현재는 5개 층이나 본래 9층 이상의 탑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동대탑을 비롯해 국보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13세기), ‘청자상감운학모란국화문매병’(13세기·보물), 조선백자인 ‘백자대호’(18세기), ‘백자청화운룡문호’(18세기), 김홍도의 ‘군선도’(1776·국보),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제작된 유일 팔각합 ‘나전팔각합’도 반드시 만나야 할 작품이다. 고미술전이지만, 분청사기 앞에 박서보의 ‘묘법’을 내걸며 현대미술과의 조화를 보여준 것도 흥미롭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 [리움미술관 제공]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 [리움미술관 제공]

■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

4년 반 만에 돌아온 기획전은 입구부터 무심히 선 걸작을 만날 수 있다.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을 주제로 한 기획전 길목에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거대한 여인 Ⅲ’이 섰다. 자코메티가 1960년에 제작한 이 작품은 ‘인간의 절대 고독과 상처’를 빚어냈다. 2m에 달하는 큰 키의 여인은 가늘고 긴 팔다리가 앙상하기 그지 없지만, 몸값은 1000억 원 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장 진입로에 덩그러니 선 것이 놀랍도록 ‘쿨’하다. ‘사람’을 화두로 한 전시는 ‘거대한 여인’에 이어 두 팔 벌린 사람을 형상화한 안토니 곰리(71)의 ‘표현’(2014), 현대 도시의 일상을 6명의 군상에게서 포착한 조지 시걸(1924∼2000)의 청동조각 ‘러시아워’(1983)로 이어진다. 태현선 리움 학예연구실장은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는 조각 전시에서 시작해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 다시 세 점의 조각을 만나게 된다”며 “전시를 나오며 인간의 존재와 우리를 둘러싼 관계를 반추하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기획전 ‘인간-일곱 개의 질문’에 전시된 이불 ‘사이보그’ [리움미술관 제공]
기획전 ‘인간-일곱 개의 질문’에 전시된 이불 ‘사이보그’ [리움미술관 제공]

■ 이불의 ‘몬스터:블랙’과 ‘사이보그’

이불의 작품은 기이하고 아름답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확장한 세계는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을 일순 다른 행성으로 안내한다. 괴물, 기계 등 낯선 존재와 조우하게 하고 작가는 이내 이들과의 공존, 생태와 환경, 의식과 무의식을 묻는다. 리움에선 현대미술 상설전과 기획전을 통해 이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몬스터:블랙’은 작가의 유전공학적 상상력이 반영된 작품이다. 수많은 촉수로 뒤덮인 유기적 형태는 인간과 동식물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렬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작품은 “모든 생물학적 신체와 사회적 성 정체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화된 유기체를 형상화하면서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암시”했다. 기획전에서 만나는 ‘사이보그’ 연작은 “과학기술이 인간의 의미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놀랍도록 이상적인 비율을 가진 흰색의 사이보그는 일본, 한국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기계인간의 이미지를 참고했다. 기술에 대한 숭배와 디스토피아적 전망, 여성성에 대한 신화적 상상이 뒤섞인 사이보그들은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를 연상케 한다. 서로 다른 공간에 놓인 이불의 작품을 만나는 재미가 크다.

기획전 ‘인간-일곱 개의 질문’에 전시된 론 뮤익 ‘마스크II’ [리움미술관 제공]
기획전 ‘인간-일곱 개의 질문’에 전시된 론 뮤익 ‘마스크II’ [리움미술관 제공]

■ 론 뮤익의 ‘마스크II’

기획전의 면면은 화려하다. 압도적 자태에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운 작품이 많다. 하얀 벽 안에 둘러싸인 공간에 자리한 론 뮤익의 ‘마스크II’(2002)는 시각적 쾌감을 안긴다. 1m에 달하는 커다란 얼굴을 사실적으로 만든 이 작품은 텅 비어버린 뒤통수와 달리 너무도 편안한 표정으로 잠든 남자의 모습이다. 주름 하나, 눈썹 한 올, 코끝으로 삐져나온 콧털까지 극사실적으로 제작된 얼굴은 빈껍데기 인간, ‘진짜와 가짜’의 문제에 질문을 던진다. 리움의 소장품이 아닌 개인 소장자에게 대여한 작품이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