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임대차3법 개정’ 계획
분양가상한제 개편…“정부 못믿겠다”
“부동산 정책 신뢰 잃어 시장 혼란”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5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선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임대차법 개정과 분양가상한제 개선 계획에서 드러난 정부의 갈지자 행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어떻게 신뢰를 잃고 있는지 대표적인 사례를 정리했다.
▶말 바꾼 ‘임대차법 개정’ 계획=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전세에서)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간 격차가 확인되는 등 시장 점검과 보완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31일 도입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월세 시장에 생긴 ‘이중전세가’ 문제를 보완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중전세가는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5% 인상 상한이 적용되지만, 신규 전세 계약은 집주인이 향후 4년 간(세입자가 2년 단위 전세 계약을 한차례 갱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4년) 제대로 올리지 못할 것을 대비해 한 번에 많이 올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같은 단지 같은 크기인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전세와 신규 계약 전세의 보증금 차이가 수억원씩 나는 경우가 흔해졌다.
홍 부총리는 “다각적인 방안에 대해 시장 전문가, 연구기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연말까지 (보완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전인 7월28일 그는 임대차법 개정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해 어렵게 제도화된 내용이어서 당분간은 제도 안착에 주력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임대차법 개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임대차2법 시행으로 “서울 100대 아파트 계약 갱신율이 임대차법 시행 전 57.2%에서 시행 후 77.7%로 높아지고, 평균 거주 기간도 3.5년에서 5년으로 증가했다”며 “주거 안정성이 크게 제고됐다”고 자화자찬했다.
▶‘규제완화를 규제완화라 부르지 못하는’= 국토교통부는 15일 “분양가상한제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로 했다”며 “10월까지 분양가심의기준을 구체화한 세부 심사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제시한 분양가상한제의 불합리한 부분은 지자체 마다 제각각인 분양가 인정 항목, 심사 방식 등이다. 고급 자재를 사용하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가산공사비’ 인정 비율도 지자체마다 다르다. 이런 기준을 합리적으로 바꾸면 분양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사들의 이야기다. 예컨대 고급 자재를 많이 써 가산공사비가 높은 서울 인기지역은 공사비를 더 많이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주택업계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선 계획에 대해 ‘규제완화’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한 것은 이 때문이다.
누가 봐도 주택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분양가상한제를 손질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날 별도 브리핑을 열어 시장의 분석과 다른 내용으로 분양가상한제 개선 방안을 설명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 김영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설명회에서 “(분양가상한제) 제도 개선을 통해 분양가를 올려 주겠다는 목적은 아니다”라며 “여러 지자체에서 일관된 기준이 아니어서 분양사업에 혼선을 빚어지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것이지 특정 단지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예단해서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언론은 일제히 ‘국토부, 분양가상한제 개선, 분양가 올리기 위한 목적 아냐’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분양가 올려준다고 건설사들이 환영한다는 데 뭐가 아니라는 거냐”, “그동안 오른 거 잘 반영되도록 개선한다며... 그럼 오르는 거지 무슨...”, “그럼 분양가상한제 개선한다는 게 분양가 더 낮추기 위해서란 이야기냐? 민간의 요구를 들어줬다면서.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관련 기사마다 이런 내용의 댓글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