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통제·가점제가 부른 씁쓸한 현실
“수억원 차익 보장…계약금만 있으면 무조건”
“직장인이 잔금 마련해 실입주 불가능…줍줍도 현금부자 차지”
집값 올라 9억원 넘는 분양가 속출…“대출 어찌하오리까”
“주택 청약 제도 손 봐야” 목소리도 꾸준히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미계약분 3가구 무순위 청약에 26만5000여명.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DMC파인시티자이 무순위 청약 1가구에 29만8000여명.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무순위 청약 5가구에 약 25만명.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서울지역 무순위청약에 도전한 사람들의 수다. 경쟁률도 어마어마한데다 당첨되면 수 억원의 차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로또’로도 불리고 있다.
지난해 진행됐던 아크로서울포레스트와 DMC파인시티자이 무순위청약과 달리 이달 11일 진행된 디에이치자이개포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된 이후여서 서울 거주자이면서 무주택 세대 구성원 중 성년인 자만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종전 기록에 필적하는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는 만 19세 이상의 성년자라면 유주택자도 가능했고, 거주지에도 제한받지 않았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과 현대건설에 따르면 전날 디에이치자이개포 무순위 청약 당첨자가 발표됐다. ▷전용면적 84㎡B 1가구는 1975년생(46) 남자 ▷전용면적 118㎡A 4가구는 1992년생(29) 남자, 1985년생(36) 남자, 1967년생(54) 여자, 1954년생(67) 여자다.
84㎡(전용면적) 1가구에 12만400명, 나머지 4가구는 118㎡에 12만8583명이 신청한 바 있다.
이 아파트는 계약금 약 2억8000만원(84㎡ 기준)만 있으면 15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줍줍 당첨자 중 한 사람이 전매제한이 끝나자마자 분양가보다 10억여원 비싼 28억원에 매도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의 20%를 계약 체결일(26일)에 내야 하며, 잔금 80%는 10월 29일까지 마련해야 한다. 실거주의무가 없어 전세 세입자를 구하면 무리없이 등기가 가능하다.
이같은 줍줍 광풍에는 기존 가점제 청약 제도가 젊은 세대에게 높은 진입장벽을 쌓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4인 가구 만점자(69점)도 더이상 당첨 안정권이 아니란 것이 여러번 증명됐다. 서울뿐만아니라 경기도 청약에서도 ‘만점 통장’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로 2~3인 가구로 이뤄진 젊은 층에게 가점제 청약이란 ‘그림의 떡’으로 여겨진다. 그나마 모두가 공평하게 추첨으로 결정되는 줍줍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느끼는 것이다.
집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서울에선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분양가가 9억원 넘는 아파트는 중도금 집단대출이 제한된다. 최소 분양가의 60%~70%는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분양가가 9억원이라면 6억원은 자기 돈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말하는 서민 실수요 무주택자 중에서 6억원을 현금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분양가도 통제하고 대출도 통제하니 정상적인 시장 작동이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양가상한제 덕분에 청약이 로또가 됐고, 돈 있는 사람이 당첨돼 또 돈을 버는 것이 바로 줍줍 광풍의 본질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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